■총리실·법무부 뭐했나K前영사는 징계없이 업무에 복귀시켜늑장 조사ㆍ눈감아주기식 처분 사건 키워
중국 상하이 총영사관의 외교관 스캔들 사건과 관련 국무총리실과 법무부 등 해당 부처의 늑장대응과 부실조사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해당 기관들은 핵심관계자들의 잘못을 일부 확인했는데도 '눈감아주기식' 징계로 사건을 더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9일 국무총리실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핵심 관련자인 법무부 소속 H(41) 전 영사와 지식경제부 소속 K(42) 전 영사는 지난해 11월 중국인 여성 덩신밍(鄧新明∙33)씨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나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조기 귀국했다. 하지만 H 전 영사는 올 1월에 법무부 감찰관실에서 한 차례 조사를 받은 뒤 사표를 썼고, 별다른 징계 없이 2월 초 사표가 수리돼 1억원 가량 퇴직금을 받아 중국으로 출국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정보유출 정황은 알고 있었지만 감찰 권한 밖의 일이었고 H 전 영사가 직접 유출한 것으로 파악한 일부 정보는 심각한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결국 사건에 대한 안이한 인식이 사건의 핵심 용의자를 해외로 나가도록 방치한 셈이 됐다.
K 전 영사 역시 올해 1월 중순에야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의 조사를 한 차례 받았다. K 전 영사는 조사 후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고 업무에 복귀해 기획재정부 산하 FTA(자유무역협정) 국내대책본부에서 파견 근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총리실은 1월 초 외부 제보로 사건에 착수해 정부·여당 인사들의 휴대전화번호와 '대외보안'이라고 찍힌 총영사관 비상연락망, 비자관련 서류 등 정보유출 정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법무부 역시 지난해 12월 말 덩씨의 한국인 남편 J(37)씨의 중국 소재지를 알아내 덩씨와 관련된 자료들을 확보하면서 정보유출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총리실과 법무부가 심각한 기밀유출이 의심되는 정황을 포착하고도 이를 은폐하거나 축소하려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민간인 사찰 파문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던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이 정작 본업인 공무원들의 복무 감찰에는 소홀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뒤늦게 외교관들의 기밀 유출 정황이 부각되면서 덩씨 등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다고 해도 사건의 주역인 중국인 여성 덩씨에 대한 수사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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