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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상하이 스캔들'의 뿌리는 보은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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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상하이 스캔들'의 뿌리는 보은인사다

입력
2011.03.0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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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주재 총영사관 스캔들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정체가 불분명한 중국 여성을 둘러싼 영사들의 치정이나 비자비리 차원은 이미 넘어섰다. 국가기밀 유출 정황이 분명해지고, 권력 암투에 의한 음모론까지 제기된 마당이니 사태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모르겠다.

중국인 여성 덩신밍(鄧新明)씨의 한국인 남편 J씨가 상하이 총영사관 관계자들이 자신의 아내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국가기밀을 유출했다는 투서를 청와대 등에 보낸 것은 5개월 전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당국은 관련된 영사들에 대해 해임 전보 본부대기 등 경미한 조치에 그쳤다. 사건의 진상이나 본질을 규명하기보다 파장이 커지는 것을 우려해 축소ㆍ은폐하려 한 인상이 짙다.

중대한 책임이 있는 김정기 당시 총영사는 2007년 대선기간에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첫 공관장 인사에서 다른 대선 공신들과 함께 총영사에 임명돼 '보은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이다. 청와대가 J씨의 투서를 받고도 소극적으로 대처한 것은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보은 인사가 사태의 원인이라는 비판을 피하려 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김 전 총영사는 자신과 갈등이 심했던 국정원 소속 부총영사가 사건의 배후라고 주장했다가 뒤늦게 실수라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두 사람의 갈등이 심각했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총영사가 부하와 싸우는 데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고 있었으니 추악한 스캔들이 벌어져도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어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에서 여야 의원들은 비외교관 출신의 공관장 임명 등 정부의 인사 실패가 이번 사건의 원인이라고 질타했다

이상득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 우리 정ㆍ관계 고위 인사들이 상하이 당서기 및 시장을 면담을 하는 데 덩씨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도 큰 문제다. 외교 업무가 정체불명의 여인에게 좌지우지된 것은 국가적 수치다. 정부가 뒤늦게 합동조사팀을 꾸렸다니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밝히고,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 놓기 바란다. 정권에 짐이 된다고 적당히 덮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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