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에 대한 비행금지구역(No Fly ZoneㆍNFZ) 설정이 실행에 임박했다는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실행이 임박할수록 현실적 운영의 어려움과 실효성에 대한 회의도 커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모든 범위(full spectrum)의 대(對) 리비아 제재조치를 마련한다”는 데 합의했다. 양국 정상의 합의는 무기금수, 인도주의적 지원, 감시활동 등을 망라하고 있지만 당장 카다피의 유혈 진압을 멈추기 위해선 NFZ 설정 만한 게 없다. NFZ 설정은 카다피 정부군의 공군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반정부 세력이 절실하게 원하는 조치이기도 하다.
NFZ 설정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영국.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NFZ 설정은)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가능성”이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도 비상대책 차원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은 프랑스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할 NFZ 지정 결의안 초안을 추진했고 안보리 회원국 간 합의가 여의치 않으면 표결로라도 리비아 제재를 관철하겠다는 복안이다.
아랍연맹(AL)과 걸프협력회의(GCC) 등 아랍권도 카다피 정권이 자행하는 자국민 학살을 막을 대안으로 NFZ 설정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NFZ 설정의 명분, 실효성 등과 관련해 회의적 시각도 엄존한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날 “NFZ 설정은 미국이 아니라 유엔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못박았다.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미국이 이를 주도할 경우 NFZ 설정에 반대하는 러시아, 중국 등에 자칫 외세 개입의 빌미를 줄지 모른다는 판단에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7일 “리비아 사태 해결방안으로 외국의 개입, 특히 군사적 개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현실적 이유도 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8일 발간한 연례보고서를 통해 “카다피 친위부대는 주로 35대의 공격용 헬리콥터에 의존하는데 전투기보다 작고 저속으로 움직여 NFZ를 설정해도 추격이 불가능할 수 있다”며 NFZ의 실효성이 작다고 지적했다. 또 NFZ 설정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도 따져봐야 한다.
10~11일 열릴 NATO 국방장관 및 유럽연합(EU) 정상ㆍ외무장관 회의는 리비아 사태의 해법을 다룰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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