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김 사건'으로 수감 중인 윤태식씨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쓴 자서전 <동행> (2008)으로 피해를 봤다며 이 여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이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10일 청주지법에 따르면 전두환 정권 시절 대표적 공안조작사건으로 꼽히는 수지김 사건의 범인이자 김대중 정권 당시 불거진 '윤태식 게이트'의 주인공인 윤씨는 2009년 7월 이 여사와 <동행> 의 출판사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 여사는 자서전에서 2001년 청와대에서 윤씨의 신원조회 기록을 봤는데 사기죄 수감 기록과 혼인빙자, 강간 기록이 있었다고 썼다. 윤씨는 이것이 사실과 다르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윤씨의 범죄 전력을 볼 때 자서전 내용과 달리 혼인빙자, 강간 기록은 없다는 점을 토대로 "이 여사 등은 관련 내용을 정정해 주간지에 게재하라"는 내용의 화해권고를 결정, 조정안을 양측에 보냈다. 이 달 중순까지 양측의 이의 제기가 없으면 조정안은 그대로 확정된다.
청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윤씨는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아 재판이 있을 때마다 수감 상태에서 민사법정에 출석해 변론을 했고, 배상액 지급은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지김 사건은 1987년 평범한 여성 수지김이 홍콩에서 남편 윤씨에게 살해된 사건으로, 당시 국가안전기획부는 이를 조작해 수지김을 북한공작원으로 둔갑시키고 윤씨의 존재는 조직적으로 은폐시킨 사건이다. 사건 발생 13년 후 수지김 가족의 고소로 재수사를 벌인 서울중앙지검은 윤씨가 실제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수사과정에서 윤씨가 사업을 통해 번 돈으로 정치권에 로비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윤태식 게이트'로 확대됐다. 윤씨는 2003년 대법원에서 징역 15년6월형이 확정됐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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