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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혹등고래 울음소리를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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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혹등고래 울음소리를 들으며

입력
2011.03.0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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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바다'로 나가지 못하는 날은 노래 부르는 고래로 알려진 혹등고래(humpback whale)의 소리를 듣는다. 킹스칼리지 런던에서 울산 장생포 고래관광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언론사 후배가 학위논문과 함께 보내준 음반이다. 그 음반에 모두 5가지의 혹등고래 소리가 담겨있다. 혹등고래 소리는 다른 고래에 비해 다양한 소리를 낸다.

특히 번식기에 내는 혹등고래 소리는 유명하다. 나는 아직 듣는 귀가 부족해 고래의 울음과 노래를 구분하지 못한다. 여러 소리가 모두 울음소리인 듯 슬프게만 들린다. 그 소리 속에는 혹등고래의 즐거운 노래도 담겨있을 것인데 애잔하고 쓸쓸한 소리인양 마음을 친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태평양 하와이로 혹등고래들이 몰려간다, 수천 마리씩 몰려와 노래를 부르는데 사람으로 치자면 하이소프라노의 고음부터 베이스의 저음까지를 다 소화해낸다. 그리스 신화에 '세이렌'이란 바다의 요정이 나온다. 상반신은 여자이고 하반신은 새의 모습을 하고 영혼의 목소리로 노래한다고 했다.

그 소리가 혹등고래의 울음소리가 아니었을까. 혹등고래의 소리는 초속 1,600m 이상의 속도로 바다를 이동하고 그 소리가 최대 160km까지 전달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혹등고래의 소리가 내게 슬픈 것은 고래는 여전히 환경과 사람으로부터 위협받는 슬픈 동물이기 때문이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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