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의 추락은 어디까지인가. 중국 상하이 주재 총영사관의 일부 외교관들이 30대 중국 여성과 동시에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비자 부정 발급 편의를 봐주는가 하면 민감한 기밀을 넘겨주기까지 했다고 한다. 비자발급 등을 둘러싼 영사 업무 비리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런 일까지 벌어질 줄은 몰랐다.
문제의 외교관들은 각각 외교부 법무부 지식경제부가 파견한 영사 3명이며 상대 여성 덩(鄧)모 씨는 한국인과 결혼한 한족 출신이라고 한다. 외교부와 지경부 소속 영사는 덩씨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부인했으나 법무부 파견 영사는 시인했다. 부적절한 관계의 대가로 부정하게 비자발급 편의를 봐준 것도 큰 문제지만 교민 보호가 주 임무인 사람들이 교민가정을 파괴하는 짓을 저지른 것은 무엇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 대한민국 외교관의 도덕성에 먹칠을 한 것은 물론, 교민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으니 어이가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자료 유출이다. 덩씨가 보관 중이던 USB에는 'MB 선대위 비상연락망' 등 국내 정ㆍ관계 인사 200여명의 휴대전화와 상하이 총영사관 비상연락망, 비자발급 자료, 외교통상부 인사관련 문건 등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덩씨가 무슨 목적으로 이런 자료를 입수했는지 의문이다. 총영사관 관계자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정보를 빼내는 첩보원은 아닌지 의심이 가는 것도 당연하다. 재외공관의 영사비리를 뿌리뽑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우리 공관을 상대로 계획적인 첩보활동이 이뤄졌는지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그럼에도 법무부는 경위만 대강 파악하고 문제의 영사를 해직 처리하는 선에 그쳤다. 지경부는 귀국 후 대기발령, 외교부는 본부 복귀 조치를 취한 상태라고 한다. 외교부는 다른 부처에서 나온 주재관 관리에 한계가 있다고만 변명할 일이 아니다. 주무 부처로서 책임 있게 진상을 밝혀 엄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다른 재외공관도 정밀 점검해 유사한 추문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여기에 외교부의 명운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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