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출범한 지 3년이 지난 8일에야 73개의 국방개혁과제를 발표했다. 심사 숙고한 결과일 수도 있지만 개혁안 작성의 주체를 놓고 청와대와 국방부가 신경전을 벌인 탓도 크다.
당초 개혁과제 선정은 국방부의 몫이었다. 개혁을 총괄하는 국방개혁실장에 2009년 외부인사인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를 영입했고 2010년 1월에는 국방장관 자문기구로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속도를 내는 듯했다.
하지만 같은 해 3월 천안함 역풍을 맞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 대통령은 여론의 지탄을 받던 군을 총체적으로 개혁하기 위해 직접 나섰고 5월 대통령직속기구인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를 신설해 힘을 실어줬다. 또한 인원도 예비역 장성 10명, 민간 전문가 5명 등 현역군인을 배제시켜 군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점검회의는 9월3일 대통령 최종 보고까지 4개월간 40차례의 회의를 열고 대북위협인식, 국방정책, 군 지휘체계, 군 구조 개편, 군 전력체계 등 안보에 관한 전 분야를 두루 섭렵했다. 하지만 정해진 활동기한이 짧다 보니 깊이 있는 논의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점검회의가 한참 활동하던 7월에는 선진화위원회마저 대통령 직속기구로 지위가 격상됐다. “청와대가 독자적으로 군 개혁안을 짤 테니 국방부는 수용하라”는 압력의 표시였다. 군 안팎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고, 국방부는 청와대의 눈치만 보며 개혁과제 선정작업을 사실상 중단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군 개혁기구가 옥상옥의 형태로 운영됐다는 점이다. 선진화위도 민간인 15명으로 구성됐는데 위원장을 포함한 일부 위원들이 점검회의와 겹쳤다. 지난해 선진화위와 점검회의에서 현실에 상관없이 “군 복무기간을 24개월로 늘려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 것도 그 때문이다. 또한 선진화위와 점검회의 모두 실무차원에서는 국방부에서 보고한 내용을 정리, 종합하는 경우가 많아 이중, 삼중으로 보고체계를 거치느라 시간을 허비하기도 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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