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함민복의 시로 여는 아침] 기탄잘리 12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함민복의 시로 여는 아침] 기탄잘리 12

입력
2011.03.08 08:22
0 0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내 여행의 시간은 길고 그 길은 멉니다.

나는 태양의 첫 햇살 수레를 타고 출발하여

숱한 항성과 유성에 내 자취를 남기며 광막한

우주로 항해를 계속했습니다.

당신에게 가장 가까이 가는 것이 가장 먼 길이며

그 시련은 가장 단순한 가락을 따라가는 가장 복잡한

것입니다.

여행자는 자기 문에 이르기 위해 낯선 문마다 두드

려야 하고 마지막 가장 깊은 성소에 다다르기 위해

온갖 바깥 세계를 방황해야 합니다.

눈을 감고 “여기 당신이 계십니다!”고 말하기까지

내 눈은 멀리 널리 헤매었습니다.

물음과 외침, “오, 어디입니까?”는 천 갈래 눈물의

시내로 녹아내리고 “나 여기 있다!”란 확언이 홍수로

세계를 범람합니다.

●‘기탄잘리’는 신에게 바치는 송가(頌歌)라는 뜻으로 삶과 죽음을 노래한 타고르의 연작시다.

직역한 시라 좀 어려워 보이지만 천천히 내용을 음미해보면 그리 복잡하지는 않다. 신이나 영혼 혹은 참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인데, 그들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있다는, 지혜를 전하는 시다. 타고르가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힌두교 경전 중 하나인 에 ‘거북이가 사방으로부터 사지를 거두어들이듯/감각기관들을 대상들로부터/거두어들이는 사람,/그러한 자의 지혜는 확고히 서 있도다’란 구절이 있다. 깨달음의 지혜는 감각기관을 외부가 아닌 내부로 향할 때 오나보다.

‘당신에게 가장 가까이 가는 것이 가장 먼 길이며’라는 시 구절 밑에 오래 전에 그어놓은 밑줄이 있다. 이 구절 속 당신은 여러 대상을 포용할 수 있다. 심지어 그 대상 중에 ‘나’도 가능하다. 다시 읽어도 이 한 구절이 제일 맛 난다. 시인은 한 편의 시로 남고 한 편의 시는 또 한 구절로 남는 것은 아닐는지.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