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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는 넘쳐나는데… 먹을 쌀은 모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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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는 넘쳐나는데… 먹을 쌀은 모자란다

입력
2011.03.0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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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흉작여파 햅쌀 품귀… 값도 들썩

충남 당진의 한 미곡종합처리장(RPC) 직원 양모씨는 지난 주 전남 해남을 찾았다. 아무리 수소문해도 당진에서는 원료곡(도정하지 않은 벼)을 구할 수 없어 '땅끝'까지 가게 된 것. 하지만 허탕. 그는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벼건조ㆍ저장시설(DSC)을 방문했지만, "벌써 RPC 7곳에서 다녀왔다. 그러나 우리도 거래처에 팔 벼 말고는 가진 게 없다"는 말만 들은 채 빈 손으로 발길을 되돌려야 했다.

남아돌아 넘쳐나던 쌀, 그래서 값이 끝없이 추락하던 쌀. 그런데 최근 들어 수급과 가격이 예사롭지 않다. 한쪽에선 창고마다 쌀(묵은 쌀)이 수북이 쌓여 있는데도, 정작 먹을 만한 쌀(햅쌀)이 점점 더 부족해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7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달 25일 현재 산지 쌀값은 80㎏에 14만3,900원. 1년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쌀값이 최저점까지 추락했던 작년 9월(12만8,900원)에 비하면 다섯 달 만에 12%나 뛰었다.

산지 쌀값의 급등은 그만큼 2010년산 햅쌀이 부족하다는 뜻. 이는 지난해 흉작이 들 때부터 어느 정도는 예견됐던 상황이다. 실제로 작년 쌀 생산량은 429만톤으로 30년 만에 최악이었고, 풍년이었던 전년도에 비하면 무려 60만톤 이상 줄었다.

하지만 지금의 햅쌀 품귀와 가격 상승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심각하다는 평가. 한 미곡전문가는 "곡식이 한참 익을 때인 작년 가을 태풍과 폭우로 인해 벼가 제대로 여물지 않아 쭉정이나 분상질(쉽게 으스러지는 낟알)이 많아 졌다"고 말했다. 작황부진도 문제지만, 그나마 수확한 벼 중에도 '불량벼'가 많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해 쌀 수율은 69% 수준으로 예년 평균(73%)을 밑돌고 있는데, 이는 벼 100개를 도정했을 때 평소엔 73개의 낟알이 나왔지만 이번엔 70개에도 못 미친다는 얘기다.

여기에 값이 더 오를 것을 기대한 일부 대농들이 벼를 움켜쥔 채 좀처럼 내놓지 않고 있어 햅쌀 품귀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잇다.

경북 의성 RPC 관계자는 "작년 가을 수매 때는 원료곡 40㎏을 4만원 정도에 구매했지만 지금은 5만원을 줘도 구하기 힘들다"며 "지금 상태로 4월이 지나면 벼를 구하지 못해 공장가동이 멈출 수도 있다"고 말했다. RPC가 도정을 중단한다는 것은 시중에 햅쌀공급이 중단되거나 가격이 지금보다 훨씬 더 뛸 수 있다는 의미. 다른 제품과 달리 쌀값은 적정선 이상이 유지되는 게 바람직하다고는 하나, 지금 같은 상승세라면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물가에까지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산지 쌀값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지난해 공공비축 또는 시장격리 물량을 공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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