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중부지방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워 봄을 알리는 나무는 홍릉 수목원의 풍년화다. 올해는 2월 24일 꽃망울을 터뜨렸지만 만개 시기는 예년보다 10일 가량 늦을 것이라고 한다. 1931년 일본에서 들여와 심은 풍년화는 노쇠했고, 2003년 새로 심은 기준목이 매년 봄 소식을 알린다. 풍년화는 영춘화(迎春花)라고도 부르지만 흔하게 보는 나무는 아니다. 그래서 대표적인 봄의 전령사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다. 일상 생활공간 주변에서 노란색 꽃송이로 새 봄을 알리는 진짜 영춘화는 따로 있다. 물푸레나무과 영춘화속의 영춘화다.
■ 원산지는 중국 남부지방이다. 건물 주변의 언덕이나 축대, 화단에 많이 심어 쉽게 볼 수 있고 중부지방까지는 야생 상태로 월동이 가능하다. 노란 꽃 색깔과 모양이 개나리와 흡사해 잘못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분류 상으로는 거리가 꽤 먼 식물이다. 꽃잎이 4갈래인 개나리와 달리 5~6개로 갈라지고 개화시기도 3주 이상 이르다. 서울에서는 보통 3월 초면 꽃을 볼 수 있는데 올해는 아직이다. 그러나 인터넷에 앙증맞은 영춘화 꽃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의 거주지가 어제 충청지역까지 북상한 것을 보면 서울에서 영춘화 꽃을 볼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
■ 산수유와 생강나무, 매화, 느릅나무, 회양목, 진달래 등도 이른 봄 꽃을 피우지만 영춘화에 비해 한참 늦다. 풀 종류로는 복수초가 가장 일찍 노란 꽃을 피우고, 변산바람꽃, 노루귀, 큰개불알풀꽃 등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봄 소식을 알리기 위해 다툰다. 그 중에서도 영춘화에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교외로 나가지 않아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잔설이 쌓인 응달에서도 녹색 줄기에 노란 등불 같은 꽃송이를 달고 있는 모양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 올해는 더 특별히 영춘화 개화가 기다려지는 이유가 있다. 분류 학명(Jasminum nudiflorum)에서 알 수 있듯이 영춘화는 재스민의 일종이다. 보통 재스민처럼 향기는 없지만 꽃 모양은 재스민 종류의 특징을 그대로 갖고 있다. 혹한을 견뎌내고 아직 냉기가 감도는 엄혹한 환경에서도 의연히 꽃을 피워내는 것이 혁명가의 기상을 떠올리게 한다. 향기가 좋은 재스민 종류는 주로 여름에 꽃을 피운다. 그 중 야래향이라는 재스민은 밤에만 피는데, 향기가 좋고 모기를 쫓는 효과가 탁월하다고 해 한 번 키워볼 생각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재스민을 많이 생각하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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