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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Cine Mania] 본전도 못 건질 충무로 간접광고

입력
2011.03.0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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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개봉했던 영화 ‘타운’의 은행지점장 클레어(레베카 홀)는 넉넉한 수입에도 불구하고 미국 보스턴 변두리에 살면서 불우 청소년을 위해 여가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진취적인 사고를 지닌 그의 영화 속 자동차는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다. 미국의 사법체계에 불신을 드러내며 살인 누명을 쓴 아내를 구출해 반미의 나라 베네수엘라로 도주하는 ‘쓰리 데이즈’의 존(러셀 크로) 역시 프리우스를 타고 스크린을 누빈다. 2008년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각본상을 받은 ‘주노’의 주인공 아버지도 프리우스를 운전한다. 그는 미성년 딸이 임신을 했는데도 소리 한 번 버럭 지르지 않고 딸의 출산을 돕는다.

영화 속 프리우스는 등장인물의 성향을 함축한다. 진보적이고 주관이 뚜렷하며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 아마 그는 민주당 지지자일 가능성이 높다. 감독은 차 한 대만으로도 캐릭터를 구축할 수 있고, 친환경을 내세워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프리우스로선 더할 나위 없는 간접광고를 하게 되는 것이다.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로봇 범블비는 GM의 스포츠카 카마로로 변신한다. 주인공 샘(샤이아 라보프)이 연인 미카엘라(메간 폭스)와 샛노란 카마로를 타고 질주하는 장면은 차에 대한 남자들의 판타지를 한껏 자극한다. 동명 원작 만화에서 범블비는 폭스바겐의 딱정벌레차 비틀과 로봇을 오간다. GM이 간접광고를 하기 위해 들인 공이 눈에 선하다.

한국의 여러 회사들도 간접광고를 활용해 제품을 알리고, 영화사들은 제작비를 충당하려 한다. 간접광고의 생명은 누가 봐도 영화 속에 녹아 드는 자연스러움이다. 관객들 모르게 제품 이미지를 강조해야 효과가 크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기업 계열 투자배급사들이 쥐락펴락하는 충무로의 요즘 간접광고는 자연스러움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계열사 제품이나 브랜드를 대놓고 몰아주기 식으로 알리려 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 롯데엔터테인먼트가 투자한 영화 속 연인은 반드시 롯데 계열의 커피체인점 엔제리너스에서 차를 마시고, 롯데카드로 결제한다. 말이 간접이지 직접 광고나 마찬가지다. 관객들의 얼굴은 구겨지고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예전 간접광고를 위해 ‘공공의 적’에 차량을 지원한 한 수입차 업체는 영화 개봉 후 낭패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영화 속 살인마가 그 회사 차를 운전하는 바람에 기대했던 간접광고는커녕 역효과만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묻지마 식 간접광고는 결국 독이 되어 돌아올 뿐이다.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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