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대책을 놓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묘한 갈등을 빚고 있다.
8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저축은행 업무를 맡았던 금감원 직원이 저축은행 감사로 취업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금감원 출신들이 저축은행 감사로 나가 대주주 전횡을 막기보다는 오히려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는 지적을 감안한 조치다.
현재 국장급 이상은 이미 동일 분야에 2년간 재취업이 금지돼 있지만, 저축은행 감사로 재취업한 금감원 출신의 경우 부국장이나 팀장, 수석조사역 등 낮은 직급이 많아 사실상 취업제한을 받지 않았다. 다만 금융위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으로 저축은행 재취업을 막을 경우 직업선택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소지가 제기될 수 있는 만큼, 저축은행 업계의 자율결의 방식으로 재취업을 제한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최근 영업정지 당한 저축은행 중 금감원 출신이 감사를 맡았던 곳이 3곳이나 된다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금융위 방안을 일단 수용하는 모양새다. 이날 국회 정무위에서 “앞으로 모든 직원의 저축은행 취업을 금지시키는 게 어떠냐”는 한나라당 이진복 의원의 질의에 김종창 금감원장은 “자율적으로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내심 금융위가 저축은행 사태의 책임을 ‘정책’이 아닌 ‘감독’ 책임으로만 돌리려는 것 아니냐며 불만스런 표정이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마치 금감원 출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감사를 맡으면 저축은행의 부실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법상 저축은행 감사가 대주주 전횡 등을 막고 싶어도 할 수 있도록 되어있지 않은 게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주장했다. 저축은행 사태의 근본적 책임은 감독(금감원)뿐 아니라 정책(금융위)에도 있다는 것이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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