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입체 영상(3D) TV를 둘러싸고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이유는 3D TV에 양 사의 사활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양 사 모두 지난해 3D TV를 주력으로 내세웠으나 판매가 신통치 않았고, 지난해 판매 부진까지 올해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고 있다.
여기에 두 회사 최고 경영자의 자존심 대결이 맞물려 있다. 지난해 10월 LG전자의 구원투수로 투입된 구본준 부회장이 실적 회복을 위해 공세적으로 나서고 있고, 이에 맞서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도 세계 TV시장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을 지키겠다는 의지도 배경으로 깔려 있다. 한 마디로 LG전자 입장에서는 스마트폰 등에서 밀린 주도권을 이번 기회에 되찾겠다는 욕심이고, 삼성전자로서는 내심 한참 뒤쳐져 있다고 생각하는 상대가 마치 라이벌처럼 행세하며 치고 들어오는 것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태도이다.
사실 3D TV는 이제 갓 열리는 시장이다. 국내 업체에서 3D TV를 처음 내놓은 것은 2009년 8월이었다. LG전자가 편광유리를 붙인 47인치 LCD TV를 내놓았으나 당시 가격이 450만원대로 비싸서 잘 팔리지 않았다. 가격이 비싼 이유는 일본에서 편광유리를 들여와서 일일이 수작업으로 LCD에 붙여야 했기 때문이다. 이후 삼성전자가 지난해 초에 3D TV를 내놓으며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고, 양 사의 마케팅 덕분에 국내에서도 3D TV에 대한 관심이 일었다.
하지만 그 성적표는 초라하다. 지난해 국내 업체들이 전세계에 판매한 3D TV는 삼성전자 320만대, LG전자 50만대였다. 양 사가 지난해 전세계에 판매한 평판 TV 수량인 삼성전자 3,900만대, LG전자 2,760만대에 견주어 보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3D PDP TV 시장도 마찬가지다. 1위는 23만대를 판매해 50.5%를 차지한 파나소닉이었고 삼성전자는 19만대(41.7%)를 판매했으며 LG전자는 1만5,000대(2.3%) 판매에 그쳤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3D TV 판매를 위해 총력전을 펼쳤으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냉담한 이유는 정작 방송에서 볼 수 있는 3D 콘텐츠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고, 별도 안경 착용의 불편함과 어지럼증 등 어색한 화면 때문이다.
결국 이 같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양 사는 셔터글래스(SG)와 편광패턴필름(FPR)이라는 서로 다른 방식을 들고 나오게 됐다. 콘텐츠 부족은 어쩔 수 없지만 화질 문제 등을 기술 방식으로 극복해 보자는 뜻이다.
이 같은 양 사 결정은 국내 뿐 아니라 세계 TV 업계를 갈라 놓았다. LG전자가 먼저 지난해 말에 도시바, 필립스와 하이얼, 스카이워스, 창홍 등 중국 6개업체, 미국 비지오 등을 끌어들여 FPR 연합군을 결성했다. 즉, 이 업체들은 LG전자가 고집하는 FPR 방식을 주력으로 내놓기로 한 것. 여기에 맞서 삼성전자도 올해 초 소니 샤프 파나소닉, 창홍, 하이얼 등과 함께 SG 연합군을 구성했다. 이 가운데 창홍과 하이얼 등은 SG와 FPR 방식을 모두 생산한다.
이렇게 되면 과거 필립스의 VHS 방식과 일본 소니의 베타 방식이 맞선 비디오테이프레코더(VTR) 시장과 흡사하다. 이 싸움에서 밀린 소니는 시장 주도권을 빼앗긴 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얼마전 벌어진 차세대 DVD 시장에서도 블루레이에 밀린 HD-DVD는 시장을 고스란히 내어줄 수 밖에 없었다.
3D TV 시장에서 VTR과 차세대 DVD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양 사의 몸부림이 처절한 싸움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FPR방식과 병행해 생산하던 2종의 SG 방식 3D TV를 상반기에 모두 단종하고 FPR 방식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여기에는 올해 3D TV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 올해 3D TV 세계 시장을 삼성전자는 1,800만대, LG전자는 1,500만~2,000만대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3D TV가 스마트TV와 결합하면서 인터넷으로 3D 동영상을 받아볼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며 "이렇게 되면 3D 지상파 방송의 공백을 충분히 메울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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