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협상을 제안했다는 주장과 제안한 적 없다는 부인이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는 것은 카다피 최측근의 내부분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카다피 최측근 내부에서 카다피 하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이너서클' 내 개혁성향 관료들이 카다피에게 명예 퇴진안을 제시, 이를 두고 강경파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 더 장악력이 큰지는 확실치 않아 퇴진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최고위층 분열의 신호여서 리비아 사태의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
보도에 따르면 개혁파는 카다피가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에 권력을 이양하고 위원회는 민주 개혁을 추진하면서 현대적 정부를 수립한다는 시나리오를 추진 중이다. 이 제안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한 리비아 인사는 "카다피에게는 명예로운 직위를 주되 정책결정에서는 점점 멀어지게 하는 것이 핵심이며, 카다피 일가에게도 전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측근 60% 이상이 정부변화와 국가통합을 지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개혁파는 내전이 장기화하거나 설사 카다피 측이 승리하더라도 국제사회의 군사개입 및 경제제재 등으로 국익에 이득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새로운 정부 구성에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도 내포된 것으로 봐야 한다. 카다피의 신변을 보장해 카다피 지지자에게 어필하는 동시에, 카다피 퇴진의 주역으로 국내외 안팎에서 명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지난 6일 자달라 알탈리 전 총리가 국영TV에 출연해 반정부 세력에 대화를 제의한 것도 이러한 구상이 구체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 카다피 "총 들고 외세와 싸워야"
한편 카다피는 9일 서방국가들이 리비아를 식민지로 만들려는 음모를 추진중이라는 궤변을 다시 늘어놓으며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맞서 총을 들고 나가 외세와 싸워야 한다"고 선동했다.
그는 이날 국영TV 등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미국과 프랑스, 영국이 리비아의 유전을 지배하기 위해 공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다피는 이어 "만약 알 카에다가 리비아를 장악하게 되면 이스라엘까지 혼돈에 휩싸이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처음부터 알 카에다가 배후라는 주장을 폈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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