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은퇴 후 무려 4만 명의 팔로워를 둔 ‘친 트위터’ 야구인 ‘양신’양준혁(42ㆍ전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 선수). 그가 헬멧 대신 헤드폰을 눌러쓰고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를 배트 삼아 신인 야구해설가로 변신한다. 17년 프로야구 선수 시절 통산 홈런 1위(351개), 타점 1위(1389점) 등 야구사를 화려하게 장식한 대기록들을 뒤로 한 채 야구장을 떠났던 양신. 4월 2일 2011 프로야구 시즌 개막전에서 해설자로 생애 두 번째 데뷔전을 치를 SBS ESPN 해설위원 양준혁을 지난 3일 서울 양재동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왜 코치나 지도자가 아닌 해설가를 선택했나.
“은퇴 후 가장 먼저 했던 일이 ‘전국 청소년 야구대축제’(10월 24일) 일이다. 야구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60개 중ㆍ고교생 팀을 불러 대회를 열었다.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다. 그떄 마음을 바꿔 먹었다. 야구로 아이들 인성교육을 하고 리더로 키우자. 그래서 해외연수도 포기하고 지도자가 되려던 계획도 접었다. 그 뒤 준비한 게 ‘양준혁 야구재단(가칭)’이다. 재단 운영 준비를 하게 되면서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해설자를 해보자'고 생각했다.
-해설가가 마음만 먹는다고 할 수 있는 일도 아닐텐데, 공부는 충분히 하셨나요. 다른 해설가들과의 차별화 계획이 있다면요.
“공부를 확실히 했다기보다 새로운 관점으로 다가간다는 자세로 시작할 겁니다. 이전엔 감독 경험이 있는 지긋한 연배의 분들이 해설하곤 했는데, 저처럼 선수 감각이 있는 사람이 하면 관점이 새롭지 않을까요. 달변가도 아니고, 방송사에서도 그런 이유로 절 불렀을 테고. 해설에 트위터를 접목할 거에요. 단순히 해설가와 캐스터가 주고받는 중계가 아니라 팬들이 참여하는 방송을 하자는 거죠. 요즘 팬이 얼마나 야구를 잘 아는데요. 수준이 높아요. 해설가와 캐스터 둘 만의 관점으로만 경기를 보는 게 아니라 트위터로 받은 팬의 의견, 질문을 바로바로 해설에 반영하는 거죠. 자막에도 (질문을) 띄우고요. 아직 자세한 건 연구 중이에요. 경기 중에 트위터만 들여다보면 중요한 장면을 놓치니까, 주로 쉬는 시간에 챙겨야죠. 3시간 동안 떠들 달변도 아니니까. 트위터가 도움이 많이 되겠죠.”
-해설가 데뷔전이 공교롭게도 친정인 삼성라이온즈와 기아타이거즈 경기던데요. 삼성에 편파적인 해설이 나오거나 하진 않겠죠.
“내가 바봅니까.(웃음) 욕먹을 짓은 안 하죠. 절대 그런 일 없을 겁니다. 정확히 해야죠. 오히려 삼성에 할 소리 못할 소리 더 할겁니다. 안 그래요?”
-트위터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지난해 포스트시즌 때 실시간 트위터 중계로 인기를 많이 끌었죠. 지금 팔로워도 4만 명을 훌쩍 넘길 정도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적극적인데.
“지난해 8월인가. 오래 알고 지내는 동생이 트위터 하라고 알려줘서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가입하기도 어렵더군요. 한 번씩 얘기 던지면 실시간으로 응답 오고, 질문도 오고, 재미있었죠. 더구나 혼자 살아서 할 일(여가)도 없고 그러니까…. 우리 선수들 90년대까진 다 감췄어요. 사생활 절대 노출 안 하고…. 그런데 이제 시대가 바뀌었어요. 팬하고 더 가까워져야 하고, 궁금한 것도 풀어주고. 예전엔 팬과 선수 사이라면 지금은 옆에 있는 형 동생처럼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어 버린 거죠(트위터 덕분에). 트위터로 팬들이 보고 싶어하는 선수 라커룸, 선수단 버스 내부를 찍어 보여줬죠. 나도 그런 게 궁금했을 거에요. 저 선수들이 버스 타면 뭘 할까. 이런 걸 올리면 재미있어들 하시고요.”
-트위터 할 때 항상 즐겁기만 한 건 아닐 테고, 팔로우 해주지 않는다고 성가시게 하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왜 여자만 팔로우하냐, 그러데요. 그렇지 않거든요. 아무래도 (여자를)더 할 수도 있죠. 가끔 말꼬리 잡기로 매달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젠 그런 거 무시합니다. 반응을 보이면 계속 꼬투리가 이어지니까요. 그냥 즐겨요. 내가 하도 트위터로 수다를 떨어서 트위터 타임라인 도배를 해버리죠. 성질이 급하니까 1분에 4, 5개씩 올리니까. 사람들이 뭐 청소년야구의 중요성 같은 진지한 내용 올리면 반응이 없다가도,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 사진 찍어 올리면 난리가 나요. 재미있데.(웃음)”
-얼마 전 이대호(롯데자이언츠) 선수 연봉조정 신청 때 “10억은 넘게 받아야 할 선수”라며 한국야구위원회(KBO)를 비판한 적이 있잖아요.
“안타깝죠. 이대호라는 선수가 만들어지려면 도대체 얼마를 투자해야겠습니까. 그렇게 잘 만들어놨는데, 그런 선수가 마음 상해서 외국으로 눈 돌리면 한국 야구는 손해를 보죠. 그 친구는 좀 더 좋게 대우해야죠. 프로잖아요. 프로면 돈으로 가치를 따질 수밖에 없는데, 나는 이대호가 10억이 아니라 20억짜리, 아니 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건지….”
-이대호 연봉조정 사태와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양준혁은 1999년 선수협의회를 발족한 주축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야구 행정가를 하고 싶습니다. 코치, 감독 할 수 있겠지만, 다 뜯어고치고 싶습니다. KBO엔 선수협의회 때부터 밉보였지만, 내가 더 큰 사람이 되면 되는 거지, 안 그래요? 스포츠 하는 사람이 문화부 장관 되지 말란 법 있습니까?”
-해설가로서 올 시즌을 전망해주세요. 지난해까지 SK의 독주가 오래 갔죠. 올해도 비슷한 양상일까요. 제9구단도 준비 중이고, 이래저래 야구 판도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데요.
“김재현(은퇴), 가도쿠라(삼성) 등 주요 전력이 빠졌지만 아무래도 김성근 감독님 중심으로 돌아가는 팀이어서 SK는 여전히 우승 0순위 팀이죠. 두산과 삼성이 대항마로 SK를 견제하는 구도가 될 것이고요. 다크호스로 기아가 있을 테고, 롯데가 어느 정도 해줄 지가 변수죠. 지켜봐야 할 선수라면 최형우(삼성) 김현수(두산) 홍성흔(롯데)일 겁니다. 이 친구들 야구를 제가 좀 많이 좋아해요. 현수는 나보다 훨씬 잘하니까 내가 더 배워야 하는 선수죠. 신인급에선 한화 유창식이를 주시하고 있어요. 제9구단은 프로야구의 전환점을 의미하죠. 이제 10구단도 곧 생기겠죠. 홀수팀으로는 리그가 돌아가기 어려우니까요. 아마도 10구단은 수원 정도에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트위터 자기소개에 보면 “항상 1루까지 전력질주했던 선수로 남고 싶다”고 써놓았는데요. 선수 시절 죽을 게 뻔한 땅볼에도 매번 힘껏 달린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살 확률이 1,000분의 1이라도 있다면 죽도록 달려야 프로 아닌가. 이렇게 달리면 1년에 안타 4,5개는 건진다. 나는 어디에 가도 떳떳이 이야기한다. 항상 열심히 뛰었다고 그런데 요즘 후배들 그렇게 안 하는 모습이 좀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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