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총영사관 기밀유출 사건의 배경에는 한국비자 발급을 둘러싼 복마전이 자리잡고 있다. 매년 87만명의 중국인들에게 비자발급이 이뤄지면서 수수료 등 이권을 노린 현지 브로커들이 한국 영사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면서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2002년 선양(瀋陽) 총영사관에선 비자 담당 부영사가 브로커에게 금품을 받고 비자를 발급했다가 검찰에 구속됐다. 2007년에도 같은 영사관에서 직원들이 '비자 장사'를 한 혐의로 중국 공안에 체포되기도 했다.
이번에 사건의 주역인 중국인 여성 덩신밍(鄧新明ㆍ33)씨도 상하이 총영사관 영사들과의 친분을 이용해 한국 비자 발급과 관련한 이권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덩씨는 자신의 금고에 '2008년 사증발급 현황' 등 상하이 총영사관의 비자발급 관련 자료를 보관하고 있었고, 현지 비자신청 대리기관 지정을 신청하기도 했다. 중국 현지에선 한국 비자 받을 자격이 없는 중국인에게 비자 발급을 알선해주면 500만~1,000만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비자신청 대리기관으로 지정되면 수수료로 1인당 5만원 가량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이권을 노린 브로커들에게 한국 외교관들은 '전방위 공략' 대상이다. 브로커들은 일단 외교관들을 만난 뒤 포섭 작업에 들어가고, 여의치 않으면 아예 음해와 투서 등의 협박으로 현지에서 근무하지 못하게 만드는 전략을 쓰고 있다. 때문에 외교관들은 이를 피하기가 만만치 않다고 푸념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상하이 총영사관은 부적정한 비자발급으로 최근 두 차례나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2008년에는 발급 신청서의 필체가 모두 같고 입국 목적이 의심스러운데도 부동산 소유증명서 등 제출 서류의 진위를 확인하지 않고 6명에게 단기종합사증을 발급했다.
이 같은 어처구니 없는 비자 발급은 앞서 2006년에도 불거졌다. 당시 총영사관은 신청자 11명이 국내 업체로부터 초청받은 것처럼 관련 서류를 허위로 작성해 제출했지만 별다른 확인절차 없이 단기사용사증을 발급했다. 상하이 총영사관은 두 차례의 감사원 지적을 받았지만 지난해 9월 이미 비자가 있는 덩씨에게 1년간 유효한 관광비자를 추가로 발급해 물의를 일으켰다. 앞서 덩씨는 지난해 5월 자동차 접촉사고를 통해 법무부 소속 H(41) 전 영사와 처음 알게 됐다. 현지에선 이를 놓고 의도적 접근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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