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스캔들을 계기로 상하이 총영사관 외교관들의 치정과 갈등이 폭로되면서 여론의 비난이 거세다. 애정문제로 몸싸움을 벌이고, 음모론을 제기하며 상대방을 헐뜯는 이들의 행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외교관들의 행태치곤 믿기 힘들 정도로 상식 이하였다.
특히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가 보관중이던 MB선대위비상연락망 등 여권실세 연락처 문건이 덩씨에게 직접 유출됐을 가능성이 새로 제기됐다. 향후 김 전 총영사에 대한 조사에서는 중국인 여성 덩신밍(鄧新明)씨와 김 전 총영사가 어떤 사이인지, 추가 정보 유출이 있는 지 여부 등이 집중 추궁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은 이번 사건 조사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덩씨는 작년 6월 1일 오후 6시 55~56분 상하이 힐튼호텔에서 디지털카메라인 소니 DSC-TX1 기종으로 김 전 총영사와 나란히 사진을 찍었고, 이어 2시간여 뒤인 오후 9시 19~21분 같은 카메라로 문제의 연락처 문건들을 사진 8장에 나눠 촬영했다. 이 카메라는 가볍고 두께가 얇아 여성들이 선호하는 카메라다.
그 동안 김 전 총영사는 "덩씨와 찍은 사진은 힐튼호텔에서 진행된 이탈리아 영사관의 국경절 행사 때 우연히 만나 의례적으로 찍은 것"이라고 해명한 뒤 "누군가가 관사에 보관되어 있던 연락처 문건을 몰래 촬영해 유출했다"고 밝혀왔다. 즉 누군가가 문건을 몰래 촬영해 덩씨에게 전달했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자신과 불편한 관계에 있었던 정보기관 출신의 부총영사 J씨를 겨냥한 음모론이었다. 하지만 호텔에서 우연히 만난 지 2시간여 만에 김 전총영사의 문건이 덩씨에게 직접 유출된 것은 분명히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또 덩씨가 제3의 인물을 통해서가 아닌 김 전 총영사로부터 직접 정보를 빼냈다면 이번 사건은 첩보 사건으로 비화할 수 있다. 덩씨가 고도의 수법으로 문건을 몰래 촬영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덩씨의 실체에 대한 의혹도 커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김 전 총영사는 이날 총리실 조사에서 자신이 제기한 부총영사 J씨를 겨냥한 음모론을 스스로 번복한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약 김 전총영사의 종전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날 경우 이번 스캔들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금까지 덩신밍 주변에 등장하는 인물은 상하이 총영사관에 근무한 전직 영사급 이상 7,8명이다. 전직 영사로는 법무부 출신 H씨, 지식경제부 출신 K씨, 외교통상부 출신 P씨, 경찰청 출신 K씨가 있다. 이들 4명 외에도 추가로 1,2명이 덩씨의 사진 속에 등장한다. 그러나 의혹의 불똥이 이들 외에 누구한테로 튈지 알 수 없다. 상하이 스캔들에는 또 김정기 전 총영사와 부총영사 J씨까지 등장해 권력투쟁을 벌인 정황도 발견되고 있다.
거명되는 전직 영사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덩씨와 매우 밀접한 관계였다. H씨는 불륜관계를 시인했고, 다른 이들은 공개된 사진 속 포즈나 자필 각서 등으로 미뤄 친밀도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들 중 누군가는 덩씨에게 외교부 내부 전산망에 접속할 아이디와 패스워드까지 제공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H, K씨 두 사람은 덩씨를 둘러싸고 3각관계가 되면서 총영사관 안에서 몸싸움까지 벌였다. K씨는 자신이 H씨 부인과 바람이 났다는 소문을 오해한 H씨가 일방적으로 폭행한 것이며, 그의 부인과는 일면식도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한편,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최근 새로 부임할 안총기 상하이 총영사를 불러 현지 총영사관의 문제를 설명하고, 철저한 조직 관리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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