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동행? 스승이 사라진 대학사적인 뒤치다꺼리는 기본…폭행·금품 만연"김인혜 교수 사건 특별할 게 없다" 지경까지시간강사의 46% "논문外 부당한 요구 경험"
제자 상습폭행 등 각종 비위 의혹을 받던 김인혜 서울대 음대 성악과 교수에 대한 서울대 징계위원회의 파면 의결이 나온 지난달 28일, 한 대학원생은 인터넷 석ㆍ박사 커뮤니티 사이트에 "훈훈하다"('흐뭇하다'는 의미의 인터넷 용어)는 글을 올렸다. 교수 비리에 진저리가 나 음대에서 전과했다는 한 대학생이 "음악을 관둔 데 미련이 남지 않는다"고 하자, "이걸로 대학문화가 정말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무소불위의 교수 권력에 대학이 멍들고 있다. 김인혜 교수 사건은 곪을 대로 곪은 한국 교수사회의 한 단면에 지나지 않는다. 사제동행이라는 이상은 낡아빠진 도제식 교육 아래 퇴색했고, 교수들은 본연의 역할보다는 몸은 대학에 안주하면서 눈은 바깥으로 돌려 스펙 쌓기에 목을 매는 모습이다. 한국에서 아직도 성역으로 남아있는 교수사회의 현실을 시리즈로 짚어본다.
서울의 한 사립대 미대 강사 김모(30)씨는 "학부 때부터 경험한 교수의 횡포는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학부 시절 교수가 "무용과에 다니는 딸이 졸업작품에 쓸 무대 그림이 필요하다"고 해 1주일 동안 밤잠을 설쳐가며 대형 그림을 그려야 했다. 대학원에서는 자신의 그림을 교수 이름으로 해외 공모전에 냈다. 교수의 실적을 채워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도 시간약속을 한 번 어겼다는 이유로 그 교수에게 '찍혀' 졸업마저 한 학기 미뤄야 했다. 선배의 도움을 받아 겨우 강사 자리를 얻었다는 그는 "교수 임용은 대부분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며 "인맥 없이 서울의 4년제 대학 미대 교수가 되려면 10억원 정도는 있어야 한다"며 긴 한숨을 쉬었다.
유명 사립대 성악과 졸업생 A(30)씨는 "서울대 김인혜 교수의 면면은 음대에서는 특별할 게 없는 일"이라고 냉소했다. 그가 지도를 받았던 교수는 평소 과할 정도로 학생들을 때리는 바람에 "전직 조폭 출신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고, 공연티켓 강매나 실기점수를 빌미로 한 합창단 동원은 예사였다고 한다. 심지어 "국회의원으로 출마한 제자의 캠프에서 선거운동을 하도록 재학생들에게 은근히 강요할 정도였다"고 A씨는 개탄했다. 각종 콩쿠르 심사위원을 맡아온 이 교수는 중견 성악가로 현직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도제식 교육이 이뤄지는 예술대에서 그 정도가 특히 심한 측면이 있지만,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교수들의 비리는 전공 불문이다. 카이스트(KAIST)가 지난해 4월 대학원생 9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5명 중 1명 꼴로 논문ㆍ저서 대필 등 '지도교수의 부당한 요구에 응해봤다'고 답했다. 8%(72명)는 '성희롱 피해 경험'도 있다고 답했다. 교수신문이 지난해 6월 시간강사 5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6.2%(255명)가 '교수에게 논문 이외의 부당한 요구를 받아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박거용(상명대 교수) 대학교육연구소장은 "학생들이 (부당한 일을 겪을까) 쉬쉬하기 때문에 교수들의 횡포를 인식조차 못하는 학교가 많다"며 "황우석 사태 이후 대학들이 연구윤리강령을 만들었듯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학교 차원에서 교수 윤리강령을 제정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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