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장학재단 상당수가 단체장의 '치적 관리용 사금고'로 전락, 부실하게 운영돼온 것으로 6일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지자체들은 무리하게 장학재단을 설립한 뒤 예산까지 출연해, 지방재정을 악화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관권'을 동원해 기부금을 반강제로 모집하기도 했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무려 139곳이 경쟁적으로 145개의 장학재단을 설립했고, 총 출연금은 6,167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이렇게 모집한 장학기금을 교사와 도의원 해외연수 지원에 쓰거나 청탁을 받고 선발한 학생의 장학금 등으로 부당 지출했다.
이날 감사원이 발표한 지자체 장학재단 설립ㆍ운영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이천시민장학회는 2007~09년 고교 3학년 담임의 격려금으로 4억6,400만원을, 외유성 교사 해외연수비로 7,352만원을 사용했다. 또 강진군민장학재단, 고창군 글로벌인재육성재단, 단양장학회도 교직원 해외연수에 장학기금을 부당하게 썼다. 심지어 전북인재육성재단은 도의원 15명의 해외연수에 2007년부터 7,988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지자체장들은 기상천외한 명목을 만들어 장학기금을 사금고처럼 사용했다. 아산시 미래시민장학회는 1억8,500만원을 교사 사기 진작비로, 영월군 장학회는 4억400만원으로 아파트 등 주택 10채를 사들인 뒤 교사들에게 무상으로 임대해줬다. 의정부시는 경찰관 자녀 등 34명을 심사 없이 장학생으로 선발해 8,642만원을 부당 지급했고, 광주시 북구는 청탁을 받고 구의회 의장 등의 자녀 6명을 장학생으로 부정 선발해 1인당 150만원씩 지급했다. 또 광주시 광산장학회는 교육청 승인 없이 31억원을 위험자산에 투자했다 최대 6억원 가량의 손실을 입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자체들은 기부금품 모집에 관급공사 수주업체에게 반강제로 장학기금을 독려하기도 했다. 강진군은 5급 이상 공무원에게 1억원의 목표액을 설정해 인사에 반영했다. 이 결과 2005년 134억원이던 기부금품이 2009년 433억원으로 늘어났으나, 이 과정에서 군청과 공사계약 등을 맺은 324개 업체는 반강제로 14억원을 출연해야 했다. 감사원은 강진군에 대해 검찰에 수사의뢰 됐다. 당진군도 보조금을 받은 업체에서 모두 47억원을 모금한 것으로 조사돼 검찰에 통보조치 됐다.
감사원 측은 "장학재단이 지자체장들의 선거용 업적 쌓기 수단으로 오용되면서 본래 취지를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장학재단이 있는 지자체 139곳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26%에 불과해 자력으로 장학사업이 불가능한 상태다. 예천군 등 12곳의 경우는 자체수입으로 공무원 봉급도 못 줄 형편이지만, 장학재단에 344억원을 출연했다. 감사원은 올해 지자체의 문화재단, 복지재단의 운영실태 전반으로 감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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