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재협상을 거치며 우여곡절 끝에 다시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이번엔 파나마와 콜롬비아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의회에 조속 처리를 요청하고 있지만,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이 한국 파나마 콜롬비아와의 FTA를 한꺼번에 패키지로 처리해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는 것. 이미 한미 FTA는 이미 모든 준비가 끝났지만, 진행 상황이 늦은 다른 FTA 때문에 사실상 볼모로 잡히게 된 셈이다.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7일(현지시간) FTA 소관 상임위원회인 하원 세입위원회의 데이브 캠프 위원장과 상원 재무위원회의 맥스 보커스 위원장 등에 보낸 서한에서 "한미 FTA 비준을 위한 USTR 내부 작업이 완료됐다"며 "의회와 신속하게 논의를 시작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미 쟁점 현안이 타결된 한미 FTA를 우선적으로 처리해 줄 것을 의회에 강하게 압박하는 발언이다.
그러나 하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한 공화당의 생각은 다르다. 이참에 콜롬비아 및 파나마와 맺은 FTA를 한미 FTA와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파나마 및 콜롬비아와의 FTA는 이미 공화당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2006년)에 타결됐으나, 미국 내 노조 진영과 민주당 일각에서 노동권 보장 등을 지적하며 반대해 왔다. 공화당으로선 이 참에 한미 FTA를 지렛대 삼아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는 파나마ㆍ콜롬비아 FTA의 찬성을 이끌어 내겠다는 의도다.
한미 FTA 지지자로 알려진 하원 세입위원회의 케빈 브래디(공화ㆍ텍사스) 무역소위원장도 이 같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7일 미 공영 라디오방송 NPR에 따르면 브래디 의원은 "민주당 행정부가 한미 FTA만 의회에 제출하면 실수가 될 것이다. (한미 FTA를 먼저 처리하는) 그런 시간표는 공화당 하원의원들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미 행정부가 의회에 제출하게 될 한미 FTA 이행법안은 신속처리절차인 '패스트 트랙(fast track)' 적용을 받는데, 의회는 회기 개시일로부터 90일 안에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이 경우 의회는 원안을 수정할 수 없고 찬반 표결만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패스트 트랙이라도 백악관이 관례적으로 소관 상임위원회와 의견 조율을 거치게 돼 있어, 지금처럼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처리 절차를 문제 삼고 나서면 한미 FTA가 미 행정부의 목표 시점인 상반기 중에 의회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양국이 합의한 협정 발효일은 내년 1월 1일이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공화당은 미 행정부가 파나마와 콜롬비아 FTA 계획을 내놓기 전에는 한미 FTA와 관련한 협의를 하지 않을 것으로 안다"며 "과거의 예를 볼 때 한달 안에 통과한 FTA도 있고, 케이스마다 처리 속도가 달라 언제 끝날지 예측이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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