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연장을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DTI는 주택 구입시 대출자의 소득수준에 따라 대출을 해주는 제도. 정부는 지난해 8월29일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제외한 수도권 지역에서 DTI 규제를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폐지한 바 있다.
이제 그 시한이 불과 1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예정대로라면 다음 달부터 DTI 규제가 다시 부활돼야 하지만 정부는 아직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이달 말에 결정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나 학계는 물론 정부 부처 간에도 인식 차이가 적지 않다. 금융당국은 DTI 규제를 예정대로 부활할 것을 내심 바라는 눈치고,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해양부는 DTI 완화를 계속 유지할 것을 바라고 있다.
DTI 규제 부활을 주장하는 쪽은 DTI 규제 완화 연장 시 가계부채만 늘려 장기적으로 국가경제에 커다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작년 연말 국내 가계부채(가계신용)는 795조3,759억원으로 800조원에 육박했다. 특히 주목할만한 것은 DTI 규제 완화가 이뤄진 작년 4분기에만 가계부채 증가폭(25조3,000억원)이 8년여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점. 주택담보대출 잔액 증가폭(10조6,000억원)은 부동산 거품이 절정에 달했던 2006년 4분기를 넘어섰을 정도다. 게다가 향후 금리 상승기에 이자 부담이 확대돼 자칫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DTI 규제를 원상 복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DTI 규제 연장이 필요하다는 쪽은 DTI 규제가 부활할 경우 이제 겨우 불씨를 살린 주택매매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DTI규제 완화 이후 늘어나던 주택 매매가 올 들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만큼 DTI 규제 부활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특히 DTI 규제가 살아나면 주택매매 수요가 급격히 줄어 가뜩이나 문제가 되고 있는 전세난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논리도 내놓는다. 과연 어떤 것이 옳은 선택일까.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 DTI 완화 유지하라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
"불씨 살린 주택시장 다시 위축 전세난만 더 부추길 우려"
일각에선 지난해 4분기 가계대출이 급증한 것을 두고 DTI 규제완화의 부작용이란 주장도 있지만, 이는 오해의 여지가 있다. 이는 그동안 연기되었던 신규분양이 재개되어 집단대출의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기존 주택의 거래를 위한 대출증가는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주택시장은 현 정부 출범 초기 주택가격의 하락안정세에서 시작해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극심한 거래 침체와 전세시장 과열 등 총체적 난국에 직면해 있다.
공급측면에서 보더라도, 최근 3년간 평균 공급물량은 분양시장 침체와 그에 따른 미분양 우려로 2007년 대비 크게 줄어들어 향후 수급불균형마저 우려되고 있다. 특히 3월초 현재 96주간 연속 상승을 거듭하고 있는 전세시장은 '반전세'등의 유행어를 쏟아내며 세입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켰고, 이로 인한 시장의 불안감은 높아만 가고 있다. 나아가 주택소유자들이 저금리 기조하에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면서 저소득층 무주택자들의 삶은 미처 준비도 없이 주거불안의 그늘로 내몰리는 등 사회문제로까지 비화하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3월 종료 예정인 총부채상환비율(DTI) 금융규제의 완화 조치는 주택시장의 회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DTI 규제는 2005년 7월 이후 부동산가격이 급등하자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금융 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 그 후 주택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작년 8ㆍ29대책에 한시적 규제완화를 포함시켰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의 종료시한을 앞두고 연장가능성 여부를 둘러싼 의견이 정치권에서부터 민간에 이르기까지 분분한 것 같다. 가계부채의 가파른 증가와 부실화 등을 들어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겠지만 현재 장기침체에 빠져있는 주택시장의 거래정상화를 위해서는 DTI 완화는 이어져야 한다.
현재 주택시장은 당초 전혀 예상치 못했던 악재들에 직면해 본래적 기능마저 거의 상실한 상태다. 중동지역의 민주화 바람으로 원자재 및 유가가 급등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불안감은 주택시장의 수요심리를 더욱 억누를 가능성도 크다. 여기에 더해 국내 경기의 연착륙을 위하여 연내 금리인상이 큰 폭으로 단행될 경우 비틀거리는 주택시장에 미칠 여파는 가히 치명적일 수도 있다.
이처럼 주택시장 안팎의 복합적 요인들이 얽혀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DTI 규제 완화조치의 종료는 본래적 기능을 떠나 얼어붙은 수요심리를 더욱 극단적으로 몰고 갈 우려마저 있다는 판단이다.
DTI규제의 완화조치를 연장해야 할 당위성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수요심리 회복을 위해서다. 최근의 전세대란 문제는 주택의 자산가치 상승 등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져 매매보다는 전세로 남아 있으면서 보금자리주택 분양 등 특정 시장으로만 쏠리는 현상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주택시장의 거래정상화와 주택수요 심리 회복을 위해서는 DTI 완화조치가 당분간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일각에선 지난해 4분기 가계대출이 급증한 것을 두고 DTI 규제완화의 부작용이란 주장도 있지만, 이는 오해의 여지가 있다. 이는 그동안 연기되었던 신규분양이 재개되면서 집단대출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기존 주택 거래에 따른 대출증가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오히려 DTI규제를 완화하여 거래를 활성화시킬 경우 기존 대출의 연체율 하락 및 대출건전성 제고와 같은 선순환까지 기대해볼 수 있다.
그리고 대출 부실화 문제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같은 또 다른 안전장치로 보완되고 있으므로, DTI 완화에 따른 지나친 금융건전성 우려는 적절치 않다. DTI규제는 입법조치가 따라야 하는 경직된 정책수단이 아니다. 금융당국이 대출의 회수가능성 및 주택시장 상황 등을 종합하여 언제든지 신속하게 창구지도 등을 통한 조치가 가능하다는 점도 고려에 넣을 필요가 있다.
■ DTI 규제 부활하라 (이창선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 연구위원)
"무리한 대출로 가계 빚 늘어 국가 경제에 부메랑 될 것"
만약 인위적으로 전세 수요를 주택매입 수요로 전환시키면 장기적으로 주택가격과 전세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근본적인 전세난 해소를 위해서는 오히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단절시키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주택공급의 조정과 공공부문의 역할 확대 등 근본적인 처방이 이뤄져야 한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는 당초 일정대로 오는 3월말을 끝으로 원상복구하는 것이 옳다. 지난해 8월말 DTI 규제가 한시적으로 완화된 것은 아파트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고 주택가격이 급락할 조짐마저 보이는 상황에서 주택수요를 부추겨보려는 고육지책이었다.
하지만 규제 완화 효과로 지난해 4분기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고, 주택가격도 상승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제 주택시장의 급락 위험은 크게 줄었다. 당초 기대했던 역할을 다했다면 DTI 규제를 부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난 2005년 금융감독당국이 DTI 규제를 처음 도입한 것은 당시 급등하고 있던 부동산 가격을 인위적인 수요 제한으로 억누르기 위한 것이었다. 이후로도 몇 차례 부동산 가격의 급등락을 막기 위해 DTI 규제가 동원됐다. 당초 제도 도입 이유가 어떠하든 이제 DTI 규제는 가계의 재무 건정성과 금융기관의 부실을 방지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역할을 해 왔다. 대출 부실화는 상환능력을 넘어 과도한 대출을 받으려는 차입자가 많아질 때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DTI 규제는 이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사상 최고치인 800조원에 육박한 상황이다. 당장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더라도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와 부실화 가능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다. 만약 DTI 규제 완화를 연장하면 자칫 집값 상승 기대심리를 부추길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상환능력에 비해 무리하게 대출을 늘리려는 가계가 증가할 수 있다. 가계부채의 취약성은 그 만큼 커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DTI 규제의 유효성은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주요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가격의 하락과 이로 인한 금융기관의 부실 확대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은 바로 DTI 규제 때문이었다.
일각에서는 DTI 규제 완화가 연장되어야 하는 이유로 아파트 매매 수요가 증가하면 전세가격 상승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볼 수 없다. 현재 전세난은 주택 매입 수요가 전세 수요로 돌아서면서 악화된 측면이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만약 인위적으로 전세 수요를 주택매입 수요로 전환시키면 장기적으로 주택가격과 전세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근본적인 전세난 해소를 위해서는 오히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단절시키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주택공급의 조정과 공공부문의 역할 확대 등 근본적인 처방이 이뤄져야 한다.
또 최근 DTI 규제를 소득 외에 자산까지 고려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려는 것도 신중히 결정되어야 할 문제이다. 원리금상환 규모가 소득과 자산을 함께 감안하여 결정되면 그만큼 대출 규모가 커질 수 獵? DTI 규제를 다시 도입하는데 따른 부담과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효과는 기대된다. 하지만 자산까지 고려하는 방식의 DTI는 더 이상 DTI라고 할 수는 없다. 실소득을 기준으로 원리금 상환 규모를 결정하는 것은, 가계가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감당할 수 있는 부채 규모를 가늠하기 위한 것이다. 소득은 적지만 자산이 많다는 이유로 대출을 많이 받아 소득의 대부분을 원리금 상환에 쏟아 붓는다면 부실 가능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또 대출을 통해 신규로 자산을 매입할 경우 불어난 자산으로 다른 대출을 일으킬 수 있어 자칫 대출자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DTI 규제 방식의 변경 시에는 이런 점까지 세심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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