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통일 대비 준비 작업이 심상치 않다. '언제가 오겠지' 하는 자세에서 '반드시 올 것이고 급박하게 올 수도 있다'는 긴장 속에서 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북한 내부의 급변 사태 등으로 인한 조속한 통일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정부의 대응 시나리오도 구체화되는 눈치다.
물론 당장 북한 정권이 붕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 후계체제 구축 과정, 김정일 위원장 유고 상황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는 듯한 움직임이 뚜렷이 감지되고 있다.
현인택 통일부장관은 지난달 28일 "통일재원 마련을 비롯한 통일 전반에 관한 로드맵을 상반기 내에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며 "3월 말까지 1차 보고를 마치고 5월 말까지 최종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광범위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통일 정책치고는 추진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ㆍ15 경축사에서 통일세 신설을 처음 언급한 뒤 1년도 안돼 밑그림을 완성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속도전' 이라는 것이다.
통일부에서 용역을 줘 진행하고 있는 북한정세지수 분석에 관한 1차 작업이 끝난 것도 예사롭지 않다. 통일부 관계자는 "정세지수 자체가 북한 붕괴를 예측할 수 있는 수치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북한 체제 불안정성에 대한 지수화 시도 자체가 급변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오고 있다.
아울러 통일에 대비한 부처별 '기획요원'양성 사업과 남북공동체 기반 조성 사업에 대한 밑그림 제시도 동일한 연장선상에서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당국자들은 이에 대해 "북한의 붕괴 등 급변사태를 대비한 것이 아니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내부의 실질적 기류는 사뭇 다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최근 북한 내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 말을 인용해"북한 군대 내에서조차 식량 사정이 안 좋다고 한다"며 "북한 사회의 파워엘리트들이 김정일 위원장의 권위를 인정하면서도 김정은의 권위는 쉽게 인정하지 않고 있어서 북한의 앞날이 어떻게 전개될지 상당히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북한 내부 상황에 대한 당국자들의 긴장도가 높아진 것만은 틀림없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김정일 건강 문제와 후계체제 불안정 등에 따른 북한의 상황 변화를 예상할 수 있는 부분들이 나타나고 있다"면서"다만 남북관계를 풀어가기 위해서 어느 한 상황만을 부각시키기보다는 여러 상황을 고려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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