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을 둘러싸고 지역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최근 여권 지도부 내부에서 신공항 건설을 유보하거나 백지화하자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유보∙백지화론은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에 공항을 건설하는 방안이 모두 지리적으로 타당성이 없다는 논리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론 정치적 계산을 염두에 둔 발상이라고 볼 수 있다. 가덕도와 밀양 중 한 쪽 손을 들어줄 경우 탈락 지역의 격한 반발로 인해 정치적 내상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4일 일부 기자들과 만나 "(가덕도나 밀양) 한 쪽을 택하면 나머지 한 쪽이 죽는 건데 보고 있을 수만 없지 않느냐"며 백지화론에 무게를 뒀다. '원점 재검토론'을 펴온 정두언 최고위원과 안형환 대변인,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과 맥이 닿아 있는 발언이다. 안상수 대표도 최근'원론'임을 전제로 "경제적 타당성이 둘 다 없다고 나오면 두 곳 모두 안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당 지도부 중 처음 공개적으로 재검토론을 내놓은 정 최고위원은 6일 전화통화에서 "경제성도 없는데 극심한 지역 대결로 둘 다 죽는 것을 보고 있을 순 없지 않느냐"며 백지화론을 거듭 밝혔다.
수도권의 상당수 의원들도 정 최고위원과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다. 서울 지역의 한 의원은 "불과 10년 전만해도 70개국 비행기가 뜨고 내리던 김포공항의 경우도 이제 거의 절반은 놀리고 있는 실정 아니냐"며 "분란을 일으키면서까지 신공항 문제를 시급히 건설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경기 지역의 한 의원도 "지역적 이익을 떠나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KTX 등 철도가 발달한 만큼 세관 업무만 합리화하면 국제공항이 더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부산권과 비(非)부산권 출신 의원들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의기투합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회 국토해양위 소속 한나라당 현기환(부산) 안홍준(경남) 조원진(대구) 이한성(경북) 김기현(울산) 의원은 4일 공동성명을 통해 "정치적 오판은 소도 잃고 외양간도 잃어버리게 됨을 명심하라"고 압박했다. 대구 의원 11명은 '안 대표 사과, 정 최고위원ㆍ안 대변인 사퇴, 곽 위원장 해임'을 요구했다.
신공항 재검토론자들을 향해 '망언'등의 격한 표현으로 비난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조원진(대구 달서병) 의원은 상임위에서 곽 위원장을 두고 "같은 당에 있지만 함부로 말을 하는 사람들이 정치를 하는 게 한심하다"고 쏘아붙였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