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대한항공 감독은 지난해 12월 시즌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지금까지는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이 번갈아가며 우승했지만 이제는 변해야 하고, 그 변화를 대한항공이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2005년 프로배구 출범 이후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이 주도했던 양강 체제가 무너졌다. 매년 '들러리'역할에 그쳤던 대한항공이 첫 정규 리그 1위라는 새로운 노선에 '취항'했다.
대한항공은 6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NH 농협 2010~11 V리그 LIG손해보험과의 원정경기에서 3-0(25-19 25-21 25-23)으로 이겼다. 팀 역대 최다 연승인 12연승으로 시즌 23승4패를 기록한 대한항공은 2위 현대캐피탈(20승8패)과 승차를 3.5게임으로 벌려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대한항공 에반은 72.41%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며 22점을 쓸어담았고, 신영수도 15점을 올리면서 보조 공격수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반면 5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을 노렸던 LIG손해보험은 다음 경기를 기약하게 됐다.
대한항공은 사실 김학민과 신영수, 이형택 등 좋은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기대한 만큼의 성적을 올리지 못한다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중반 신 감독이 새로운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전혀 다른 팀으로 변모를 했다. 모래알 같았던 팀이 찰흙처럼 끈끈한 팀으로 탈바꿈 했다.
신 감독은 선수들의 정신부터 변화시키면서 체력을 끌어올렸다. 강한 정신력과 체력이 준비된 선수들은 신 감독의 기술도 쉽게 습득했다. 여기에 더해 신 감독은 조직력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켰다. 신예 곽승석과 김주완 등 수비력이 뛰어난 선수들을 중용하면서 탄탄한 팀워크를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대한항공이 7시즌 만에 정규 리그 정상에 오른 것은 미국 국가대표 출신 에반과 김학민의 활약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 동안 '용병농사'를 잘 짓지 못했던 대한항공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마당쇠' 스타일의 에반을 영입해 대성공을 거뒀다. 에반은 강력한 서브(1위)로 상대 리시브를 흔들었고 득점(3위), 백어택(3위) 등 공격 전 부문에서 고른 활약을 펼쳤다.
이번 시즌부터 포지션을 라이트에서 레프트로 옮긴 김학민도 공격 종합(1위), 득점(9위), 오픈(3위), 퀵오픈, 시간차(이상 4위) 등에서 발군의 기량을 뽐냈다. 신 감독은 "미디어데이 때 '변화를 주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이를 지켜서 기분이 좋다. 정말로 정규 시즌 1위는 예상하지 못했다. 정신력과 체력을 강조한 것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 챔피언 결정전은 단기전인 만큼 변수가 많다. 남은 기간 착실하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상무신협은 장충체육관에서 우리캐피탈을 3-0(25-18 25-21 25-15)으로 물리치고 9연패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여자부 GS칼텍스는 흥국생명에 0-3(22-25 21-25 22-25)로 져 11연패의 늪에 빠졌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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