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ㆍ화ㆍ수요일 한국일보 ‘시로 여는 아침’을 통해 독자와 만나고 있는 함민복(49) 시인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사학연금회관에서 뒤늦은 결혼식을 올렸다. 부인은 7년 전 시인이 경기 김포시의 시창작교실에서 강의할 때 제자로 인연을 맺은 동갑내기 박영숙씨.
지난해 6월 이미 혼인신고를 하고 살림을 합쳤던 두 사람이 뒤늦게 결혼식을 올린 것은 함 시인이 지난해 12월부터 본보 연재를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연재를 알리는 인터뷰 기사를 통해 그의 혼인 사실이 문단에 알려지면서 조촐하게라도 식을 올리라는 지인들의 권유가 계속돼 정식 결혼식을 치르게 됐다.
결혼식 주례는 소설가 김훈씨가 맡았다. 김씨는 함 시인을 소개하며 “자신이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 모른다”고 운을 떼면서 “이 세상에서 보기 드문 착한 부부가 만났다. 결혼 생활의 어려움을 지혜롭게 감당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씨가 주례사 도중 함 시인의 순박한 삶을 재미있게 소개해 식장은 웃음꽃이 가득 폈다.
축가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부른 가수 안치환은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 본 민복이는 알게 되지’ ‘누가 뭐래도 민복인 꽃보다 아름다워’ 등으로 가사를 바꿔 부르며 식장 분위기를 띄웠다. 이정록 시인은 축시 ‘우주의 놀이’를 낭송하며 두 사람의 앞길을 축복했다. 이날 식장에는 손택수 장석남 문태준 김근 이산하 안현미씨 등 여러 시인을 비롯한 문학계 인사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1988년 등단 후 (1993) (1996) (2005) 등의 시집을 통해 가난하고 소외된 존재를 보듬어 왔던 함 시인은 김수영문학상 박용래문학상 등을 수상한 한국 시단의 손꼽히는 중견 시인. 특히 그는 시인의 예민한 감수성으로 인해 도시 생활에 고통을 겪다 96년 인천 강화군으로 거처를 옮겼고, 가난과 궁핍 속에서도 바다와 갯벌의 생명력을 발견하며 시적 힘을 얻었다. 시와 삶을 한 몸으로 굴려온 한국 시단의 보기 드문 존재다.
손택수 시인은 “함 시인은 문단에서 불리는 것처럼 ‘함박꽃, 민들레, 복사꽃’ 같은 존재다”며 “그 때문에 누구 가릴 것 없이 문단 모두가 축하하는 마음이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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