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20%에 못 미치는 차상위 계층의 4명 중 1명이 진료비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초생활수급자(최저생계비를 못 버는 가구)는 의료비 혜택이 있지만, 차상위 계층에게는 일반의료 혜택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비율이 수급권자보다 오히려 더 높아 지원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의료비 과부담이 빈곤에 미치는 영향'보고서에 따르면 치료를 포기한 경험이 있는 가구비율이 일반계층의 경우 8.35%였지만, 차상위 계층 이하는 20%대를 넘었다(표 참조). 법정 차상위 가구는 26.88%, 소득은 차상위 계층에 속하지만 재산이 일부 있어 법적으로 인정 받지 못한 소득 차상위 가구는 20.46%가 치료를 포기한 경험이 있었다.
치료를 포기한 이유에 대해서는 법정 차상위 계층의 93.39%가 "진료비 때문"이라고 답했고, "치료해도 나을 것 같지 않아서(3%)" 등 그 외 답변은 소수였다. 의료비가 부담된다고 답한 비율도 법정 차상위 계층은 68.62%, 소득 차상위 계층은 65.08%에 이르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차상위 계층은 18세 미만, 희귀난치성 질환, 만성질환 등을 인정받으면 진료비의 본인부담금을 국가가 보조해 주는데, 대상이 적어서 현재 혜택 규모는 26만명 정도다. 차상위 계층이 수백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혜택을 받은 사람은 극히 일부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차상위 계층은 소득비율대로 납부하는 건강보험료는 적게 내지만, 일반적으로 의료급여 혜택을 더 주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보사연은 보고서에서 "의료비용에 대한 부담 정도에서 법정 차상위 계층이 부담을 느끼는 정도가 가장 높게 나타나 이들에 대한 의료복지 정책이 확충될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의료혜택이 있는 기초생활수급자 가구는 차상위 계층보다는 덜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의료비 부담을 상당히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급자 가구 중 24.13%가 치료를 포기한 적이 있었으며, 이중 81.81%가 진료비 부담 때문이라고 답했다. 수급자의 36.2%가 의료비가 부담된다고 답했다. 수급자는 노동가능 여부에 따라 1,2종 의료급여 혜택을 받는데, 일부 본인부담이 있고 치료(급여)일수 제한도 있어 의료비의 압박감을 벗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번 통계는 2008년 보사연이 발간한 '차상위 계층 실태분석 및 정책제안'보고서에서 2만2,912가구를 설문조사한 내용을 의료비 부분에 맞춰 재분석한 결과이다. 보사연은 "최근에 나온 여러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빈곤층, 일반 모두 포함해) 우리나라 성인의 약 108만~360만명 가량이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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