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뜨는 방탄복인 해군의 부력방탄복 97.5%가 불량인 것으로 드러나 국방부가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위사업청과 해군이 6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김학송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06년까지 해군이 도입한 부력방탄복 8,046개 중 처음부터 정상적으로 사용 가능한 것은 204개(2.5%)에 불과했다. 나머지 7,842개 중 1,070여개는 성능 보완이 아예 불가능한 불량품이어서 납품 직후 폐기 처분됐다. 뒤늦게 남아있는 6,770여개의 부력장치를 고쳤지만 이 중 절반이 또다시 성능시험평가에 떨어져 총 4,300여개의 부력방탄복이 창고에 버려져 있는 상태다. 재평가를 통과한 3,300여개의 부력방탄복을 해군이 사용하고 있지만 성능개량 과정에서 전력화가 늦어져 당초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
군은 2002년 2차 연평해전 직후 해군 장병의 생존성을 높이기 위해 부력방탄복을 도입했다. 당시 국내 K사 등 3개 업체가 서둘러 개발에 나섰지만 해군의 요구성능을 충족시키기에는 무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력방탄복의 가격은 일반방탄복에 비해 8만원 비싼 38만원 선이다.
군 관계자는 “물에 뜨려면 방탄복 앞에 부착된 부력재가 중요한데 부력재의 성능을 높이려다 보니 방탄복의 무게가 함께 늘어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파편 방어용 일반방탄복의 성능도 결함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1997년에 제정된 방탄복 국방규격은 ‘구경 7.62㎜의 북한 AK-47소총을 3m거리에서 초속 730m 이상의 속도로 3발씩 쏴서 관통되지 않으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AK-47소총은 지난 삼호주얼리호 피랍 때 소말리아 해적들이 사용한 구식무기로, 현재 북한의 주력군은 구경 5.45㎜에 초속 900m 이상으로 발사하는 88식보총으로 무장하고 있다. 구경이 작으면 탄환의 속도가 빠르고, 88식보총의 탄환재질은 AK-47의 납탄보다 강력한 연철심탄이어서 살상력이 높다.
그런데도 군 당국은 지난해 방탄복의 성능은 놔두고 색깔만 얼룩무늬로 바꾼 게 전부다. 군은 그간 126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해 장병들에게 2만7000여개의 방탄복을 보급했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당장 방탄복의 재질을 바꿀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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