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7일 금융회사 감사에 대한 통제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감사의 고의나 중과실에 대해 무거운 제재를 가하고, 감사 역할을 적절히 수행하고 있는지 특별점검을 실시한다는 게 골자다. 감사에 신분 보장 등 독립성을 강화하고, 감사조직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번 대책이 나오게 된 직접적인 배경은 저축은행의 무더기 영업정지 사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만약 내부감사 기능만 제대로 작동했다면 멀쩡하던 저축은행이 하루 아침에 부실 저축은행으로 전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올 들어 최고경영자(CEO) 및 감사 리스크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대책을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옳은 얘기다. 비록 뒤늦긴 했지만 필요한 대책이라는 점도 공감할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책이 변죽만 울리는 것으로 느껴지는 건 정작 가장 중요한 대책이 하나 빠졌기 때문이다. 바로 금감원, 그들 스스로의 '낙하산 감사'관행 개선이다. 올 들어 영업정지된 8곳의 저축은행 중 절반인 4곳의 감사가 금감원 출신. 그들은 낙하산 감사에 대한 비판이 쏟아질 때마다 "금감원 출신만큼 금융회사 감사 업무에 전문성을 갖춘 이들이 어디에 있겠느냐"고 항변했지만, 전문성은커녕 눈앞의 부실경영을 그대로 방치한 셈이다.
오히려 금감원 출신 낙하산 감사가 횡행하는 현실이 금융당국의 허술한 감독의 주범 중 하나라는 지적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 금융계 한 인사는 "금융당국 입장에서야 해당 금융회사에 감사 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봐주기를 할 수밖에 없고, 한 솥밥을 먹던 식구가 감사로 간 뒤 역시 어느 정도 배려를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금감원은 이런 지적에 대해서는 귀를 꼭 닫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3월 금융회사 주주총회에서도 금감원 출신들이 대거 금융회사 감사로 이동할 거라는 소식이다.
이영태 경제부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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