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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면목과 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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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면목과 염치

입력
2011.03.06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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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의 <사기(史記> 에 전하는 기록이다. 초나라 항우(項羽)가 한나라 유방(劉邦)에게 대패해 오강(烏江)을 건너려고 할 때 배를 가진 자가 권했다. 항우가 도망치려는 강동(江東)이 비록 작으나 땅과 백성이 있으니 건너가 왕업을 다시 이루라고. 또한 배는 자신에게만 있어 한나라 군사가 와도 강을 건너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다시 기회가 왔지만 항우는 말했다. '하늘이 나를 버렸는데 강을 건너서 뭐하겠는가. 강동의 젊은이 8,000명을 데리고 전쟁에 나가 다 잃었는데도 강동의 부모형제들이 불쌍히 생각해서 왕을 시켜주면 내가 무슨 면목(面目)으로 그대들을 대하겠는가. 그 사람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내 양심이 부끄럽다.'

결국 항우는 배를 타길 권한 자에게 자신의 천리마를 선물하고 남은 병사들과 그곳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여기서 '면목'이란 말이 생겼다. 면목이 얼굴과 눈, 즉 얼굴이란 말이지만 체면의 뜻이며 염치(廉恥)와 같은 말이다. 항우는 면목과 염치를 아는 정치가였기에 스스로 죽어 자신의 체면을 살렸다.

4·27 재보선에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면면을 보니 체면을 모르는 얼굴이 많다. 염치가 없어도 저렇게 없을까 싶은 얼굴들이 나서고 있다. 이번 재보선에선 투표란 회초리를 들어 정치에게 면목과 염치를 가르쳐야한다. 정치의 수준은 국민의 수준과도 같기 때문이다.

시인ㆍ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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