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력을 강화하기 위해 KIA가 영입한 '우승 청부사.'일본프로야구에서의 좌절을 딛고 와신상담, 2년 만에 국내 무대로 컴백해 명예 회복을 선언한 이범호(30)를 전지훈련 종료를 앞둔 지난 3일 만났다.'깜짝'KIA행 당시부터 그를 둘러쌌던 불편한 소문들을 직접 들어봤다.
친정팀 한화를 배신했다?
이범호의 KIA행은 대전팬들에게 '충격'이었다. 이범호 역시 2000년 입단해 꼭 10년을 몸담으면서 이름 석자를 알리게 된 한화 유니폼을 벗는다는 일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자유계약선수(FA)가 됐을 때도 일본이 아닌 국내 다른 팀은 생각도 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돌아온 이범호가 KIA를 선택하자 팬들은 "이범호가 변했다. 돈 때문에 고향을 버렸다"며 손가락질을 했다. "어려울 때 손을 내밀어준 팀이 KIA였어요."무려 9차례 만난 한화행이 불발된 이유는 이 한마디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김상현의 자리를 뺏었다?
"KIA 입단을 고민했던 가장 큰 이유는 (김)상현이 때문이었죠."KIA행이 확정되자 이범호도 김상현 못지 않게 밤잠을 설쳤다. 트레이드 설움을 딛고 KIA에서 홈런왕으로 다시 태어난 3루수 김상현의 자리를 뺏어야 했기 때문이다. "정말 (입단을)망설였어요. 계약을 한 뒤 상현이부터 만나 서로 도우면서 잘 해보자고 악수했죠. 이범호에게 3루 자리를 내준 김상현은 좌익수로 전업했다.
과대 평가된 일본 진출?
소프트뱅크에 입단한 이범호는 거의 2군에만 머물며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성적만 놓고 말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자리잡을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고, 안타를 못 친 타구의 질도 좋은 게 많았어요."나란히 진출해 성공적인 첫해를 보낸 김태균(지바 롯데)을 보면 더 아쉬운 순간이 있다. "첫 3연전에서는 (김)태균이보다 성적이 좋았어요. 그렇지만 태균이는 기회를 보장받은 반면 전 그러지 못했죠."
대전구장의 덕을 봤다?
이범호는 한화 시절 4년 연속 20홈런에 8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통산 160홈런을 때린 거포였다. 그러나 야구장 크기가 가장 작은 대전구장의 덕을 본 게 아니냐는 뒷말이 있었다. "기록을 뽑아본 적이 있어요. 1년에 2개 정도는 구장 덕을 본 홈런이 있었지만 나머지는 어느 구장에서도 넘길 수 있는 비거리였습니다." 하지만 KIA에서는 홈런보다는 안타를 많이 때리는 게 목표다. "3번을 맡게 된다면 5번을 쳤던 한화 때와는 다르죠. 4, 5번 타자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는 게 홈런보다 중요할 테니까요."
가고시마(일본)=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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