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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감정노동자의 비애' 보도에 공감 확산/ 웃음 속 눈물…"더 흘리게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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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감정노동자의 비애' 보도에 공감 확산/ 웃음 속 눈물…"더 흘리게 하지 말자"

입력
2011.03.04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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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대형마트의 계산원과 판매원, 호텔과 음식점의 종업원 등 서비스직 종사자들의 고통을 다룬 '감정노동자의 비애'(본보 2일자 1ㆍ5면) 보도 이후 의미있는 변화가 일고 있다. 기업은 직원의 정신적 후유증 예방ㆍ치유 프로그램 마련에 착수했고 소비자단체들은 서비스직 종사자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과 태도 변화를 유도할 교육 캠페인 검토에 나섰다.

발빠른 대응에 나선 곳은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유통업체들. 김기학 신세계백화점 고객서비스팀장은 4일 "그동안 '45도 인사' 같은 서비스 매뉴얼 개발에만 치중했다"며 "직원들의 감정노동 스트레스가 심각한 만큼 앞으로는 고객 개인별, 고객 대면 상황별로 자연스런 대처가 가능하도록 직원 권한을 강화한 서비스 매뉴얼을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직원 고충처리 프로그램을 심리상담 위주로 확대 개편하기로 했다.

녹색소비자연대 녹색시민권리센터 김재철 운영위원장은 "소비자들의 과도한 서비스 요구가 감정노동자들의 고통과 피해를 유발한 측면이 있다"며 "그들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개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소비자 교육, 캠페인 활동 등을 논의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조연맹은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민간 서비스 노동자 삶의 질 연구결과를 5월에 발표하고, 올해 안에 감정노동 후유증에 대한 실태조사 및 연구를 거쳐 감정노동자 스트레스 예방 매뉴얼을 제작해 관련 기업에 배포하기로 했다. 서비스연맹 정민정 여성국장은 "감정노동 스트레스는 기존 제조업 중심의 직무스트레스 개념과는 정의부터 다르다"며 "무엇보다 정부가 감정노동자 실태 조사를 포함한 개념 정립, 감정노동 스트레스 예방을 위한 제도적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소비자는 왕'이라는 경직된 인식을 버리고 감정노동자들의 고통과 애로를 감싸안아야 한다는 공감이 퍼지고 있다. 한 시민(아이디 dckst9623)은 포털 사이트에 "나는 항상 소비자이고, 그들은 항상 남(종업원)이 아니다"며 "서로 어우르며 살아가는 마음으로 그들의 애환도 같이 생각해주는 게 어떨까"라고 썼다. 강모(여)씨는 페이스북에 "서비스 직종 종사자들을 대하는 태도야말로 그 사람의 수준을 나타내는 것 아닐까"라고 적었고, 이모씨는 "비정규직 감정노동자들은 독도처럼 우리나라에 없어선 안될 귀한 분들이다. 나부터 그분들에게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자주 해야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영화관, 커피전문점, 편의점 등에서 일하다 '진상 손님'들과 마주쳤던 경험담, 감정이 격해져 판매원들에게 화를 냈던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성의 글도 줄을 이었다.

기업과 시민사회의 이같은 움직임과 달리 정부는 감정노동 문제 대응에 여전히 미온적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직무스트레스 예방조치 등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각 사업장이 대응하면 된다"며 "현재로선 감정노동 문제나 대책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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