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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 홍익대 청소노동자 49일 농성 무엇을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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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 홍익대 청소노동자 49일 농성 무엇을 남겼나

입력
2011.03.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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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빗자루 다시 잡았지만 또 1년짜리 불안한 고용

올 겨울 추위는 유난했다. 그러나 이 봄에 ‘겨울이 깊으면 봄은 멀지 않았다’는 한 시인의 말을 누구보다 실감하는 이들이 있다. 새해 첫 출근길인 1월2일 느닷없이 해고통지를 받고 자신들이 매일 쓸고 닦고 지켜온 홍익대 본관에서 49일간 농성을 벌였던 이 대학 청소ㆍ경비 노동자 174명이 그들이다.

저임금ㆍ장시간 노동 청소노동자의 현실 알려

새해 벽두인 1월3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 진행됐던 홍익대 청소ㆍ경비 노동자들의 농성은 우리사회의 소외계층인 이들,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홍익대 청소ㆍ경비노동자들은 수년 동안 법정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 규정에 없는 무보수 시간외 노동, 1년 단위 용역재계약으로 인한 고용불안에 시달려왔다. 쌓인 불만이 이들을 뭉치게 했고 지난해 12월 초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그러나 이들을 고용한 용역업체는 노조와의 임금협상이 결렬되자 결국 12월31일 대학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인 이들에게 용역업체의 계약포기는 해고를 의미한다. 해가 바뀌면서 하루 아침에 길거리에 나앉게 된 것.

고용승계와 열악한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본관 점거농성에 들어간 노동자들과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뒷짐을 진 대학 사이의 줄다리기는 지루하게 이어졌다. 결국 노조와 용역업체간의 최종합의로 이들이 얻어낸 것은 ▦농성자 전원고용승계 ▦지난해 최저임금 수준이던 임금 인상(시급 4,110원에서 4,450원으로) ▦월 9,000원이던 식대를 5만원으로 인상 ▦공휴일 특근수당 신설 ▦노조 전임자 1.5명 확보 등이다. “상당한 폭의 임금인상을 했으며 많은 양보를 했다”고 대학 측은 주장하지만 인상된 임금(청소노동자 기준)이라 봐야 최저생계비(2인 가족 기준 90만6,830원)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21일 일터로 복귀했지만 이들은 ‘절반의 승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대학과 용역업체의 재계약이 끝나는 1년 뒤에는 또 고용을 보장받기 위해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내려놓고 머리띠를 둘러야 할지도 모를 처지이다.

이들은 실질적 사용자인 대학측이 보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익대는 “등록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대학도 기업 못지 않은 재정효율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학교가 4,800억원이 넘는 재단 적립금을 쌓아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력이 없다는 핑계를 대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사태를 계기로 처우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대학 당국의 말이 지켜질지도 두고 볼 일이다. 지난해 말 학생들이 청소ㆍ경비 노동자들의 노조결성을 돕자 학교는 지도교수들로 하여금 학생신분에 맞지 않는 행동은 자제하도록 학생들을 ‘지도’하도록 했다. 농성이 끝났지만 농성 주도자들에 대한 민ㆍ형사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는 대학의 입장도 그대로다.

7년째 이 학교 청소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이숙희(53) 전국공공서비스노조 홍익대 분회장은 “길게는 십수년 간 학교를 위해 일해온 노동자들의 생계가 달린 문제”라며 “전면에 나서려 하지 않은 학교의 태도가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청소ㆍ경비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당당히 주장하겠다”고 덧붙였다.

건물은 커지고 노동조건은 열악해지고

청소ㆍ경비ㆍ시설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현실은 단지 홍익대의 일만은 아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이런 노동자들의 숫자는 전국 200여개 대학에 1만여명에 이른다. 이들이 대학에 직접 고용된 것이 아니라 용역회사에 속한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내놓은 공공부문 청소ㆍ경비(용역)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월평균 임금총액은 76만5,000원, 수당을 제외한 월평균 임금은 68만4,000원으로 그 해 최저임금(월 65만1,240원)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조사결과 이들의 74%가 여성이었고 평균연령은 57.2세, 중졸 이하가 81.4%이었다. 여성ㆍ저학력ㆍ고령ㆍ비정규직으로 상징되는 우리사회의 대표적인 소외계층인 셈이다.

고용불안정, 저임금, 차별의 악순환 속에서 정당한 자기 권리를 찾으려는 이들의 집단행동도 잦아지고 있다. 홍익대를 비롯해 점거농성이 진행된 학교만해도 고려대(2004년), 성신여대(2007년) 동덕여대(2009년) 등 여러 곳이다. 고려대(고려대병원), 연세대, 이화여대의 청소ㆍ경비 노동자들은 연대해 지난해부터 단체임금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주 진행된 파업찬반투표에서 전체조합원 861명의 87%인 745명이 파업찬성표를 던졌다. 상대적으로 잘 조직되고 처우가 좋은 편이라지만, 이들 학교의 현실도 홍익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김경순(65) 전국공공서비스노조 연세대 분회장은 “노조가 생긴 지 3년이 넘었지만 단체협상 때마다 회사측은 최저임금보다 단 한 푼도 더 올려주려 하지 않는다”며 “대학건물들이 경쟁적으로 대형화되면서 노동강도는 세지고 있지만 건물을 청소하고 관리하는 노동자들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대책이란 것이 청소ㆍ경비 노동자들이 근무지에서 씻을 수 있도록 실질적 사용자인 대학이 샤워장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거나 대학 내 샤워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산업보건기준규칙 개정을 준비하는 정도다. 홍익대 사태에서 보듯 청소ㆍ경비 노동자들의 문제해결에 직접 나서라고 아무리 외쳐도 대부분의 대학들은“용역업체와 노동자들의 문제”라며 팔짱을 끼고 있다. 직접고용 요구에 대해 대학들은 비용절감을 주장하며 난색을 표시한다. 만성적 저임금의 근본원인으로 꼽히는 용역업체에 대한 최저가입찰제를 종합입찰제로 바꾸는 것 정도가 이들이 제시하는 개선책이다.

손정순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연구위원은 “주변업무라는 이유로 대학당국은 청소ㆍ경비 노동자들의 간접고용을 주장하지만, 어떤 시설이라도 청소나 경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처우개선이 시급하다”며 “직접고용이 어렵다면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 즉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절반 정도의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 청소노동자 직접고용한 노원구

홍익대 청소ㆍ경비노동자 농성사태로 드러난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태는 과연 대학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직접고용이 급격한 비용상승을 가져오는가를 따져보게 한다. 국ㆍ공립과 사립을 불문하고 대부분의 대학들이 청소ㆍ경비ㆍ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을 간접고용하는 현실에서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통해 이 문제를 풀어가는 대학의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간접고용했던 청소ㆍ경비 노동자들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참고할 만하다.

서울 노원구의 경우 현재 민간위탁업체에 고용된 청소ㆍ경비 노동자들을 구 시설관리공단에서 채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노원구에 따르면 지난해 28명의 경비ㆍ청소ㆍ시설관리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는데 1인당 월 평균임금이 137만원에서 158만원으로 15% 정도 올랐다. 그러나 위탁업체가 챙겼던 이윤을 임금상승분에 반영함으로써 임금 인상분을 상쇄해 전체적으로는 2% 정도 비용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위탁업체의 이윤은 전체 인건비의 20~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013년까지 연평균 40명(총 170명) 정도의 정규직 전환을 계획중인 노원구는 매년 2억원 정도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원구의 1년 예산 4,3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구의 판단이다. 노원구 외에도 서울 관악구와 경기 성남시 등이 직접고용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구권서 공공운수노조 준비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고용안정에 따른 서비스 질 개선 등의 효과 등을 고려하면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의 추가부담은 크지 않다”며 “대학이나 지자체의 불필요한 토건사업 등을 줄이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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