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교양강의/푸페이룽 지음ㆍ심의용 옮김/돌베게 발행ㆍ255쪽ㆍ1만2,000원숭이에게 밤송이를 아침에는 세 개 저녁에는 네 개 준다고 했더니 화를 내 아침에는 네 개 저녁에는 세 개를 주겠다고 하자 좋아했다는 게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우화다. 이 우화는 남을 농락하는 협잡술이나 눈앞에 보이는 차이만 알고 결과가 같음을 모르는 어리석음을 말하는 것으로 풀이돼 왔다. 그러나 이 우화의 원전인 <장자> 의 제물론 편을 잘 살펴보면 이는 잘못된 해석이다. 장자>
푸페이룽(傅佩榮) 대만대 철학과 교수는 <장자교양강의> 에서 장자가 이 우화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은 '만물은 도의 관점에서 보면 서로 통하는 일체'라는 점이라고 해석한다. 원숭이가 하루 식량으로 먼저 세 개를 받던 네 개를 받던 총합은 결국 일곱 개이지 않은가, 인생을 하나의 전체로 보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장자교양강의>
저자는 또 원숭이의 반응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전체를 보지 못하면 기쁨과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는 곤경에 빠진다는 점'이라면서 서양 철학자 스피노자의 '울 필요도 없고 웃을 필요도 없다. 다만 이해하여야 한다'는 말과 상통한다고 풀이한다. 저자는 이어 '지난 금융 위기에 주식 가격이 폭락해 수많은 이들이 괴로움과 회한, 분노의 감정이 생겼는데, 이런 경우 10년을 하나의 전체로 보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전체를 보는 눈이 일상 생활에서 갖는 의미를 부연한다.
푸페이룽 교수는 중화권에서 명강의로 이름난 고전학자로 중국 베이징(北京)TV의 교양프로그램에서 일반 시청자를 대상으로 장자를 강의한 것을 정리해 이 책으로 펴냈다. <장자> 원문 해독, 서양철학사상과의 비교, 현실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의 구조로 18가지 주제를 뽑아 풀이하고 있다. 나비의 꿈(胡蝶夢) 우화는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대붕(大鵬)은 니체와 루소, 사마귀가 매미를 잡는 이야기는 오스카 와일드, 책을 읽는 법은 화이트헤드와 관련 지어 설명한다. 장자>
국내의 장자 해석은 소요유 편에서 볼 수 있는 초월적 자유인이나 세속에서 일탈한 인간으로 기울어 있지만 이 책에서 장자는 우주에서 현실을 내려다 보는 듯 하면서도 결코 현실을 벗어나지 않으며 세상을 냉철하게 이해하는 인물이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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