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팔천/이상각 지음/서해문집 발행·352쪽·1만3,700원
노비들의 삶을 본격적으로 그려 인기를 모았던 TV드라마 '추노'는 역사의 수렁 속에 실종된 천민의 실체를 일깨워 주는 계기였다. 이 드라마가 절절히 전해듯 조선 시대 여덟 종류의 천민은 양반 사회의 반명제이면서 결코 지울 수 없는 허물이다. 그들을 조목조목 살펴보는 것이 이 책이다.
이 시대의 가장 비참한 존재는 가축이며 물건인 사노비였다. 기성 사회는 체계적으로 항상 그들을 만들어 내고 재충원했다. 양반을 겁박해 천민화하는 압량위천(壓良爲賤), 호적을 위조하는 암록(暗錄) 등 노비를 충원하기 위한 제도의 존재는 조선의 불평등 구조를 선명히 드러낸다.
해어화(解語花), 즉 기생의 처참함도 사노비 못지않다. 청춘을 지배층의 노리개로 보내야 했다. 이들이 장녹수 황진이 등 걸출한 기생, 상류사회의 연희에 동원됐던 관기, 밀매음을 일삼던 2급 기녀인 은근짜(隱君子) 등으로 계층화했다는 얘기와 기생의 매니저인 기부(妓夫), 기둥서방으로 사실상 폭력배인 왈짜패 등이 기생에 기생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백정, 광대, 기술 부문을 담당한 공장, 무당, 상여꾼 등도 팔천에 속한다. 승려 역시 당시에는 천민이었다. 조선의 이데올로기였던 유교가 불교와의 갈등 구조 아래서 강화했기 때문이다.
지은이에 따르면 책은 "부조리한 제도의 틀 안에 갇혀 설움받던 민초들의 간난산고를 건져"낸 결과다. 그 원천은 "우리 민족의 정사인 <고려사> 와 <조선왕조실록> 을 섭렵"한 데 있다. 이 책은 정사의 렌즈를 통해 민초의 삶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 보고자 한다. 조선왕조실록> 고려사>
저자는 "조선의 천민들이 사유재산을 소유하고 출산휴가, 조상 제사까지 지낼 수 있었으므로 그들은 노예라기보다 하층민으로 봐야 한다는 일부 학자의 주장은 민족적 자존심이 개입된 억지"라 한다. 부끄러운 역사의 과오는 통절하게 반성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두렵기까지 하다.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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