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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중국식 모델은 없다' 글로벌 추세에 편승 했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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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중국식 모델은 없다' 글로벌 추세에 편승 했을뿐…

입력
2011.03.04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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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즈우 지음ㆍ박혜린 등 옮김

메디치 발행ㆍ344쪽ㆍ1만8,000원

중국이 법치와 민주주의 없이도 연평균 10% 이상의 경제성장을 이뤄낸 것을 볼 때 중국과 서양의 발전 모델은 다르다고 하는 베이징(北京) 컨센서스를 지지하는 경제학자들이 많다. 그러나 이 책은 중국 특유의 모델 같은 것은 없으며, 중국의 경제성장은 글로벌 추세에 편승해 이루어진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중국 후난(湖南)성 태생으로 미국에 유학해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된 천즈우(陣志武)는 이 책에서 금융의 관점으로 중국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하고, 다른 나라와 비교해 중국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저자는 1978년 개혁개방을 시작한 이후 중국 경제의 모델은 대만이나 한국의 그것과 다르지 않으며 다만 규모가 몇 배나 클 뿐이라고 말한다. 중국적 특색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또 과거 200년간 선진국이 만들어 놓은 국제 질서가 중국의 교역비용을 크게 낮추었고 전 세계 수출 시장의 규모를 키워 놓아 중국의 생산량을 세계시장이 흡수할 수 있었다는 것이 중국 경제기적의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중국이 추진한 개혁개방의 내용도 서구 선진국들이 해 온 그대로를 모방했을 뿐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는 시장화 외에 특히 화폐화와 자본화라는 금융 개념을 통해 중국의 발전을 분석한다.

가령 1990년대 말 주식회사 제도가 부활돼 2007년 기준으로 상하이(上海) A주와 해외 상장사 시가총액이 28조위안에 달했는데 이는 해외 투자자들이 중국에 이만큼의 자본을 공급해 준 것이다. 이를 비롯해 30여년간 매년 중국 정부는 국유기업 민영화, 토지사용권 매각, 주택담보대출, 소비성 신용대출, 신용카드 등을 통해 자본화를 이루었으며 이 자본화 개혁이 중국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향후 중국 경제의 지속적 성장도 결국에는 더 많은 자산의 자본화에 기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다.

저자는 중국의 유교 문화와 송 원 명 청 등 역대 왕조의 흥망을 서구와 비교해 금융학적으로 설명한다. 미국이나 지금의 중국은 우선 빚을 내어 경제를 발전시켜 놓고 경제력으로 시장을 키워 미래에 대비하지만 중국의 역대 왕조들은 돈을 모아둘 생각만 했지 국채나 장기채권을 발행해 시장을 키울 수 없었기 때문에 왕조의 수명이 짧았다는 분석이 흥미롭다.

저자는 과거 스페인의 몰락과 영국의 흥기, 미국이 독립전쟁 당시 채권 발행에 의해 독립을 유지했고 지금도 많은 부채에도 불구하고 번영하고 있는 점 등을 꼽으며 중국도 금융이 국부(國富)의 왕도라는 서양식 모델을 본보기로 삼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민주 자유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가 경제발전에서 갖는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를 주도할 것이라는 견해에 대해 저자는 중국이 그렇게 되려면 우선 세계가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치세(治世)의 이념부터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런 날이 올 때까지는 일본 캐나다 호주 프랑스 독일 등과 같이 중국도 미국 중심의 단극화 국제질서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는 것이 중국인 학자의 주장으로는 이채롭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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