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만 둘 사이는 여전히 어색했다. '얼짱' 정다래(20ㆍ서울시청)가 안종택(44) 수영국가대표팀 코치를 만난 지 꼭 10년이 흘렀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정다래와 안 코치 사이에는 '침묵'만이 흘렀다.
안 코치는 "(정)다래가 저랑 같이 있으면 더 말이 없어진다"며 자리를 비켜줄 만큼 둘 사이에는 대화가 부족해 보였다. 성격도 판이한데 어떻게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합작했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 2일 태릉선수촌 수영장에서 맹훈련 중인 스승과 제자의 모습을 보니 '이심전심(以心傳心), 염화미소(拈華微笑)'의 화두가 출렁이는 물살처럼 와 닿았다.
'털털한 남자' 정다래 '꼼꼼한 여자' 안 코치
2002년 안 코치는 정다래의 발을 보고 대성할 재목임을 직감했다. 초등학교 5학년이던 정다래는 발목이 유난히 유연했다. 안 코치는 "당시 다래는 발바닥을 수직으로 세우면 발끝이 정강이에 닿을 정도로 몸이 부드러웠다"며 "평영 유망주를 뽑을 때 발끝이 얼마만큼 꺾이느냐를 본다. 다래는 내가 만나본 선수 중에 발목이 가장 많이 꺾이는 꿈나무였다"고 말했다. 안 코치는 "발목의 각도가 크면 물살을 오리발처럼 더 많이 찰 수 있다. 야구로 치면 '하프스윙과 풀스윙의 차이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작 정다래는 "그런 적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며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소소한 것들도 놓치지 않는 안 코치는 꼼꼼한 여자 같은 성격이다. 그는 "계획표에서 어긋나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성격이 '더러워서' 세세한 부분까지 들어맞아야 직성이 풀린다"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정다래에게도'꼼꼼한 편이냐'라고 물었더니 "제 방 더러워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소녀에게 여전히 무서운 '호랑이 선생님'
광저우 아시안게임 평영 2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정다래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서구적인 체형에 귀여운 외모로 주목 받은 그는 최근 CF까지 찍었다. 어딜 가든 사인 요청이 끊이지 않는 유명인사가 됐지만 정다래는 여전히 안 코치에게만은 꼼짝 못한다.
정다래는 "예전보다 조금 덜 하긴 하지만 그래도 코치님은 여전히 무서운 호랑이 같다"고 털어놨다. 안 코치는 "다래는 엄하게 해야만 잡을 수 있는 스타일"이라며 받아 쳤다.
안 코치가 '호랑이 선생님'이 될 수 밖에 없었던 데는 사연이 있다. 정다래와 안 코치는 전남 여수의 같은 아파트에서 4년 동안 '이웃사촌'으로 살았다. 안 코치는 "다래가 11층, 제가 14층에서 4년 동안 살면서 다래의 행동을 예의주시했다"고 말했다. 안 코치는 특히 2008년 한 해동안 자신이 살던 집을 선수들 합숙용으로 내놓기도 했다.
안 코치는 "당시 기량 발전이 너무 더디고 집중을 못하는 것 같아 확실히 잡아줄 필요가 있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정다래도 "코치님의 '테두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항도 수없이 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코치님의 별명이 '안갈비'다. 갈수록 비호감이라는 의미"라며 혀를 삐죽 내밀었다.
런던올림픽 여자부 사상 첫 메달 꿈 위해 단합
수영 금메달 콤비였던 '박태환-노민상 감독'처럼 '정다래-안종택 코치'도 런던올림픽을 바라보고 있다. 노민상 전 대표팀 감독처럼 정다래를 발굴한 안 코치는 10년 동안 공을 들이면서 2012년 런던올림픽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작전의 명수'라 불리는 안 코치의 지도력을 믿고 정다래도 정진하고 있다. 안 코치는 "평영은 유일하게 물 밖에서 상대의 레이스를 보면서 할 수 있는 종목이다. 작전에 따라 2초 차이도 따라잡을 수 있는 게 평영"이라고 강조했다.
정다래의 평영 200m의 기록은 2분24초90. 정슬기(전북체육회)의 한국기록인 2분24초20에도 못 미친다. 그러나 정다래는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아시아기록(2분20초72) 보유자인 카네토 리에(일본)를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정다래는 "예전에는 정슬기 선배가 우상이었는데 지금은 대등해졌다"며 세계무대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보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안 코치는 "올해 목표는 2분23초대를 끊는 것이다. 런던올림픽까지 2분22초대를 끊는다면 한국 여자 최초의 올림픽 메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금 컨디션이 70%정도다. 올해 기록 단축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걱정을 털어놓는 정다래가 런던올림픽을 향해 '기적의 역영'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지켜보자.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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