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서 구제역도 진정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말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으로 약 300만 마리의 소와 돼지 등이 매몰 처분되었고, 매몰된 가축의 사체에서 생성된 침출수가 인근 하천이나 토양, 지하수 등에 침투해 수자원 오염을 유발할 위험에 따라 수질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국민들이 불안감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수돗물 안전 우려는 기우
침출수 발생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매몰 때 바닥에 깐 비닐이 찢어지거나, 매몰 깊이가 적절하지 못하면 침출수가 발생한다. 지하수나 하천수 등의 수리를 전공한 전문가의 도움 없이 부적절하게 매몰 처리한 것도 원인의 하나이다.
가장 큰 걱정은 식수로 사용하는 지하수가 오염될 위험이다. 매몰지는 대부분 마을 및 지하수 관정과 300m정도 떨어져 있어 지하수 오염 우려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침출수의 지하수 오염 및 하천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현재 대부분의 지하수 개발은 무분별한 개발과 영세사업자의 인식 부족으로 인해 사용 후 적절한 폐공 처리를 하지 않고 그냥 덮어버리거나 방치해 상당부분 지하수가 오염되고 있다. 이번 구제역 침출수 논란을 계기로 각별한 조치와 인식 변화가 있어야만 각종 오염으로부터 수자원과 수질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개발 가능한 지하수량은 2009년 현재 108.5억㎥/년으로, 지역별로는 강원 18.2㎥/년, 경북 18.0㎥/년 순이다. 2008년 말 기준으로 용도별 지하수 이용 현황은 전체 이용량 37.8억㎥/년 중 생활용수 47.6%, 농어업용수 46.8%, 공업용수 4.8%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하수층의 발달이 빈약하고 무분별한 개발로 지반 침하와 지하수 오염이 가중 되고 있다. 오염된 지하수를 다시 정화하는 데는 막대한 예산과 오랜 시간이 요구된다. 미리부터 신중하고 계획적인 개발이 요구된다.
하천으로 흘러 들어온 침출수는 수돗물 안전을 걱정하게 한다. 그러나 엄격하고 체계적인 상수원 관리와 함께 정수처리 과정에서 미국 일본 등 선진국보다 강화된 250개 항목의 수질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 수돗물 안전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다만 올 여름 장마로 구제역 침출수가 강으로 흘러 들어갈 것에 대비해 미리 우회 수로를 만들고 하천 및 배수로와 지하수 흐름에 대한 면밀한 분석, 그리고 상수원 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먹는 물 불안은 없도록
기후 변화로 가축의 질병이 더 다양화하고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제역 조류독감뿐만 아니라 또 다른 가축이나 동물의 질병이 유행할 수 있다. 이런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구제역 등 질병 발생의 원인을 면역적, 위생적으로 처리 제거하고, 주의 깊은 축산학적 관리와 방역이 요구된다. 동시에 발병 후의 체계적인 수의과학적인 대처와 인근 환경, 특히 수질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적인 대책도 세워야 한다.
구제역은 또 다시 나타날 것이다. 철저한 방역 대책과 함께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수질보전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이번 구제역 사태와 같은 혼란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구제역 공포가 먹는 물 불안으로 확산되는 일은 없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병습 한국수자원공사 건설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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