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이 사실과 거리가 멀 때가 있다. 개인적으로 한국이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오랜 얘기를 가장 대표적인 예로 여긴다. 한국의 정보통신망이 세계 정상 수준에 이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방방곡곡을 널찍한 고속도로로 엮어 둔다고 곧바로 자동차 강국이 되진 않는다. 자동차 산업의 발달로 성능과 연비가 뛰어난 차가 그 위를 달리고, 운전자들의 의식이 발전해야 비로소 '자동차 강국'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IT 강국 또한 토목적 성과인 고속통신망 정비가 아니라 그것이 나르는 정보와 이용자의 의식 수준의 고양이 있어야 가능하다.
■ 두드러진 분야도 있기는 했다. PC방이라는 독특한 영업형태를 통한 온라인 게임산업, 정확히는 게임 이용으로 치면 가히 세계 최고다. 반면 게임산업 발전의 핵심 잣대인 소프트웨어 개발과 수출은 보잘것없다. 더욱 한심한 것이 이른바 '지식 사이트'였다. 정보와 지식의 바다라는 인터넷에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지식 수준이 그 나라의 품위를 나타낸다면 오랫동안 한국은 후진국이었다. 단적으로 '위키피디아 코리아'는 '위키피디아'를 제대로 번역해 놓는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포털의 '지식 검색'은 우선 초등학생 눈높이를 요구했다.
■ 노래나 영상물의 저작권을 거리낌없이 침해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엉뚱한 지적재산권 의식만 발달해, 되도 않은 지식을 돈 받고 팔겠다는 요구가 사이버 공간마다 넘쳤다. 이런 환경에서 최근 활발한 '지식 나누기'움직임처럼 위안이 될 만한 게 없다. 지식 나누기의 전형은 '퍼뜨릴 만한 아이디어(Ideas worth Spreading)'을 기치로 내건 TED다. 기술ㆍ오락ㆍ디자인(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 분야에서 시작된 TED의 무료 지식 나누기는 정치ㆍ경제ㆍ사회ㆍ국제 분야로 지평을 넓혀 가고 있다.
■ 국내에서도 각 대학 동아리를 중심으로 그 지부 격인 TEDx를 만들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숙명여대 등의 TEDx 사이트가 번역이 달린 TED 동영상을 제공하고 숙명여대 자체의 SNOW도 알차다. 미국 250여 대학의 강의를 접할 수 있는 OCW(OpenCourseWare)의 국내판인 KOCW, TED 국내판인 마이크임팩트(www.micimpact.com)도 있다. 지식을 인류 공동의 재산으로 여기는 깨달음은 이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길이 열리고, 구슬이 널리면 무엇하나. 적극적 획득 행위가 없다면 이 모든 게 뜬구름일 뿐이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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