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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없는 물가 상승/ 농산물·유가 빼도 억제 목표치 3%대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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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없는 물가 상승/ 농산물·유가 빼도 억제 목표치 3%대 훌쩍

입력
2011.03.02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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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물가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고속열차의 질주 상태. 정부는 '물가와의 전쟁'을 선언했지만, 사실상 무장 해제된 것이나 다름없다. 오르지 않는 품목이 없을 만큼, 거의 모든 제품ㆍ서비스가격의 고삐가 풀렸다는 평가다.

농산물 석유류 빼도 물가목표 넘었다

전문가들은 통계청이 2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통계에서 4%를 넘어선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4.5%) 보다, 3.1%까지 치솟은 근원물가(core inflation) 상승률을 더 의미심장하게 보고 있다.

근원물가란 ▦기상여건에 의해 언제라도 오르거나 내릴 수 있는 농산물 ▦국제정세에 따라 역시 등락하는 유가, 즉 자력으로 통제할 수 없고 등락을 예측하기도 힘든 이 두 종목을 뺀 품목들의 가격동향을 말한다. 물가흐름의 근본적이면서도 장기적인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다

그런데 2월에는 이 수치마저 정부의 물가억제 목표(3% 수준)를 넘어섰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1월까지 꾸준히 1%대에 머물다 올 들어 2.6%(1월), 3.1%(2월)로 급등세를 타고 있다. 정부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급 요인 외에 수요 쪽에서도 본격적으로 인플레압력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특히 최근 외식비 상승세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외식비는 1월에 비해 1.4%나 급등해 1998년3월 이후 13년 만에 최고 상승세를 보였다. 작년 2월과 비교해서도 3.5%가 올라 역시 18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는 그 동안 구제역, 이상한파 등으로 오른 돼지고기값과 채소값을 감수하던 외식업자들이 본격적으로 이를 원가에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의미. 더구나 외식비를 포함한 개인서비스 요금은 정부가 인플레 심리에 기댄 가격 편승인상을 특히 우려하는 분야다.

지난달 외식비는 1월에 비해 삼겹살(7.2%), 돼지갈비(5.6%), 탕수육(4.1%) 등 주로 구제역 관련 품목이 올랐지만 3월에도 추가 상승요인이 여전하다는 게 통계청의 분석. 통계청 관계자는 "외식비는 한번 올리면 500원, 1,000원 단위로 올려 가격 상승폭이 크다"며 "여전히 조사 대상 중 40% 정도는 1,2월 중 가격 조정을 하지 못했다고 추가 인상계획을 표했다"고 전했다.

중동사태 장기화에 따른 유가충격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어서 물가 전망을 더욱 어둡게하고 있다. 지난달 두바이유 현물 평균 가격은 배럴당 100.24달러를 기록, 2008년 8월(112.99달러) 이후 2년6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1일 서울의 주유소 휘발유 가격(1,944.71원)은 전날보다 무려 21.65원이나 폭등할 정도로 유가급등은 기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대책이 없다

2일 긴급소집된 물가안정 관련부처 장관회의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분기 이후엔 물가 불안이 차츰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막상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전무한 상태다.

실제로 이날 회의 후 발표된 물가대책은 대부분 두 달 전 정부 종합대책에 포함됐던 내용. 그나마 새로운 것은 ▦정부 스스로 외부의 공급충격(유가, 농산물 등) 외에 수요(임금상승, 인플레 기대심리) 측면의 압력도 일부 작용했음을 인정했다는 점과 ▦그동안 강력한 동결의지를 밝혔던 공공요금에 대해 "물가추이를 봐가며 단계적으로 현실화하겠다"고 천명한 정도다. 임종룡 재정부 1차관은 이날 논의 내용에 대해 "새로운 대책보다는 기존 대책에 집중 타깃을 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물가안정을 위한 미시대책, 즉 행정력을 동원한 물가대책은 쓸 수 있는 것은 다 쓴 상황. 하지만 별 효과가 없음은 이미 입증됐다. 이제 남은 것은 금리나 환율 같은 거시 대책 뿐인데 이 역시 지금의 경기상황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란 평가다. 미시ㆍ거시대책 모두 소진됐다는 의미다.

임 차관은 "현재로선 5% 성장, 3% 물가의 금년도 거시목표달성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목표를 위해 계속 노력한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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