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째 통치중인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 퇴진 촉구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예멘에서는 처음으로 알카에다 지도자가 등장해 이슬람혁명으로 번질 가능성을 비치고 있다. 이란에서는 또 다시 강경진압으로 시위대가 해산됐다.
예멘
'분노의 날'로 지정된 1일 수도 사나에 친-반정부 시위대가 운집한 가운데 테러단체 알카에다의 지도자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사마 빈라덴의 멘토였고 알카에다에 재정적 지원을 하는 예멘성직자협의회 대표 셰이크 압둘 마지드 알진다니가 무장경호원을 대동한 채 시위현장에 나타나 "이슬람국가가 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은 위대하다"고 호응하는 외침도 들렸다. 그의 등장은 튀니지와 이집트의 세속적 민주화 시위와 달리 예멘의 미래가 알카에다가 장악한 신정국가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살레 대통령은 아덴, 라히즈, 아비안, 하드라무트, 후다이다 등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5곳의 주지사를 경질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을 시위 배후라고 비난했다. 그는 "매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이집트는 이러지 마라, 튀니지는 저러지 마라고 하는데, 그는 미국 대통령이지 오만이나 이집트와 무슨 관계냐"고 막말을 쏟아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고 밝혔다.
오만
오만의 산업중심지 소하르에서 3일 동안 철야시위를 벌인 시위대는 1일 탱크에 의해 해산됐다. 시위대는 오만 제2의 항구인 소하르항을 트럭으로 막은 채 일자리와 임금인상, 부패한 각료들의 사법처리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여왔다. 하지만 시위는 다른 도시로 번졌다. 수도 무스카트에서는 300여명이 의회 밖에서 연좌농성을 했고, 남쪽 항구도시 살랄라에서는 200여명이 주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란
1일 수도 테헤란에서 구금된 야권 지도자인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 메흐디 카루비 전 의회 의장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개혁진영 웹사이트에 따르면 시위대는 테헤란대 인근, 아자디(자유)광장, 엥겔랍(혁명)광장 등에 모여 "미르 호세인"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하지만 경찰은 최루가스를 쏘고 곤봉으로 폭행하며 시위대를 강제해산했다.
튀니지
모하메드 간누치 과도정부 총리가 구체제 청산 요구에 밀려 지난달 27일 사퇴한 뒤 1일까지 총 5명의 장관이 사임했다. 1일 아메드 네지브 알 체비(지역개발부), 아메드 이브라힘(고등교육부) 장관에 이어 엘리에스 조위니 경제사회개혁 장관이 뒤따랐다. 체비, 이브라힘 장관은 모두 유력한 야당 지도자들이다. 한편 벤 알리 치하에서 불법이었던 이슬람원리주의 정파인 엔나흐다(부흥)는 창설 30년만에 합법화됐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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