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피부질환은 무엇일까? 정답은 알레르기성 피부염(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이다. 알레르기성 피부염의 주 증상은 가려움증, 벌겋게 부어 오름, 뾰루지 등이다. 심하면 물집이 잡히거나 두드러기 등이 생길 수 있다.
전에는 식품과 식물 등에 의해 많이 생겼는데 요즘에는 화장품과 장신구로 인해 늘고 있다. 방치하면 피부색이 변하거나 흉터가 평생 남을 수도 있다. 대한피부과의사회의 도움말로 봄철 알레르기성 피부염을 알아본다.
계절성 알레르기
봄이 되면 알레르기가 기승을 부린다. 겨울보다 자외선지수가 높아지고 황사도 심해져 알레르기성 피부염도 늘어난다. 특히 봄 햇빛은 자외선이 강해 자외선차단제만으로는 완벽히 막을 수 없어 햇빛 알레르기가 있다면 긴 팔 옷을 입는 것이 좋다. 또 자외선차단제를 사용한 뒤 햇빛 알레르기가 생겼다면 사용하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황사도 전보다 자주 발생하고 농도도 짙어져 문제 되고 있다. 황사의 미세먼지에는 중금속 등의 독성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어 이를 방치하면 증세가 심해져 진물이 나거나 심하면 붓고 물집이 잡힐 수도 있다. 물집이 잡히고 진물이 나는 것이 반복되면 피부가 두껍고 거칠게 바뀌며, 자외선에 노출되면 피부색이 갈색으로 바뀔 수 있다. 황사가 짙으면 외출을 자제하고 외출 시 긴 팔 옷과 마스크 등을 착용해 피부가 되도록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또한 봄철 알레르기성 피부염에는 꽃가루 알레르기로 인한 두드러기가 흔하다. 꽃가루 알레르기로 인한 두드러기는 어느 부위에나 생길 수 있으며, 서너 시간 지속된 후 없어졌다가 다른 부위에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4~5월에는 꽃이나 나무가 많은 곳으로 나들이 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 오리나무, 소나무, 느릅나무, 자작나무, 단풍나무, 버드나무, 참나무 등 풍매화(風媒花) 나무가 알레르기를 주로 일으킨다.
금속
금속 알레르기성 피부염은 장신구와 귀금속, 화장품, 일상생활용품, 전기기구, 가죽처리제 등에 사용된 금속이 몸에 많이 접촉하면서 생긴 것이다. 니켈이나 크롬, 수은 등은 알레르기성 피부염을 일으키는 원인물질이다. 특히 니켈은 시계, 목걸이, 귀걸이, 안경, 휴대폰 등에 많이 함유돼 있어 문제될 수 있다. 또한 니켈이나 크롬이 많이 함유된 휴대폰 사용이 많아진 것도 금속 알레르기를 늘게 하는 요인이다.
심하게 가렵고, 물집이 생기고, 건조해지고, 두꺼워지며 피부 색깔이 변하게 된다. 따라서 이런 알레르기가 있다면 귀걸이, 목걸이, 팔찌, 시계 등을 되도록 착용하지 말아야 한다.
귀금속 중에서 12K 이상의 금이나 은으로 된 것은 안전하지만 9K 금과 화이트골드(금과 니켈의 합금)에는 니켈이 있어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다. 금속 지퍼, 브래지어 후크 등에도 니켈이 포함돼 있어 플라스틱이나 코팅 금속으로 된 것을 사용해야 한다.
화장품
여러 종류의 화장품을 쓰면서 알레르기성 피부염이 늘고 있다. 얼굴과 손, 팔에 생기는데 절반 이상이 얼굴에 발생한다. 오돌토돌한 습진 형태나 붉은 반점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피부관리제품, 손발톱 용품, 면도용 화장품, 데오드란트 등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향료, 방부제 등이 주 원인이다. 향료는 화장품 외에도 비누, 위생수건, 치약 등 일상용품에도 포함돼 있어 주의해야 한다. 화장품 성분표시제가 시행되고 있으므로 화장품 구입 시 성분명을 꼭 확인하는 게 좋다. 피부염을 일으키는 향료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히 계피향(cinnamic)이나 장미향(geraniol) 성분은 피하는 것이 좋다.
색소
새로운 염료와 염색법이 나오면서 알레르기성 피부염이 생기고 있다. 옷감 염료에 의한 알레르기는 모자나 스타킹, 청바지 등을 착용했을 때 직접 피부에 닿는 곳에 생긴다. 또한 반영구 화장 목적으로 피부에 색소를 주입할 때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다. 최근 일시적 문신으로 유행하는 헤나에도 니켈, 코발트 등이 들어 있어 알레르기 피부염이 생기고 있다. 특히 미용실ㆍ사우나실 등에서 하는 불법 문신을 하다가 심각한 부작용이 낳을 수 있다.
화학물질
고무, 살충제, 플라스틱 등에 함유된 화학물질로 인해 알레르기성 피부염이 급증하고 있다. 다른 알레르기 증상처럼 주로 접촉부위에 붉은 반점, 가려움증, 부어 오름 등이 생긴다. 고무에 의한 알레르기는 천연 라텍스나 제조 시 화학첨가물에 의한 것으로 고무장갑을 끼는 의사, 간호사, 주부 등의 손에 잘 생긴다. 가정용 살충제로 인해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다. 또 플라스틱에도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합성수지가 아주 많아 플라스틱 장신구나 안경테 등 피부에 장시간 접촉하는 물건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식품
식품 알레르기는 음식을 먹거나 냄새를 맡거나, 분말로 흡입할 때 주로 나타나지만 식품이 피부에 묻어 생기기도 한다. 특히 訝?시 특정 식품을 접촉해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주 원인 식품은 마늘, 양파, 당근 등이다. 특히 마늘은 독특한 냄새를 내는 성분(다이알릴, 디설파이드, 알리신)이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옻닭이나 은행 등을 먹거나 접촉해도 두드러기나 붉은 점, 습진 형태의 알레르기성 피부염이 생긴다.
원인물질에 노출됐다고 생각되면 적어도 5분 내에 비눗물로 피부를 씻고 옷을 전부 갈아입어야 한다. 이 같은 피부염은 가렵거나 착색, 건조해지는 등의 2차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원인은 달라도 증상은 같아
알레르기성 피부염을 치료하려면 우선 이를 유발하는 원인물질을 찾아내 없애야 한다. 하지만 알레르기성 피부염은 원인물질 접촉 24~48시간 후(이르면 6시간, 늦으면 7일) 발생하는데 워낙 원인물질이 많아 어떤 물질에 노출돼 생기는지 알기 쉽지 않다.
원인물질을 찾으려면 나이 성별 직업 취미 등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고, 두드러기가 생길 때마다 먹은 음식, 새로 접촉했던 환경이나 새 옷이나 장신구 등 새로운 사실을 메모했다가 공통점을 찾는 것이 방법이다.
피부과에서는 조직검사나 첩포검사로 이를 확인한 뒤 치료한다. 첩포검사는 환자에게서 원인이 되는 항원에 대한 과민반응을 찾는 검사로 패치 형태로 된 검사기구로 알레르기가 의심되는 물질을 피부의 작은 부위에 직접 붙여 판독한다. 이 검사법은 알레르기의 유일한 과학적 입증법이다.
치료는 피부염 부위에 스테로이드 등의 약을 바르고, 심하게 가려우면 항히스타민제나 안정제 등을 복용한다. 알레르기성 피부염이 생기면 민간요법을 많이 쓰는데 이는 영구 흉터, 피부 궤양 등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