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기준금리를 결정할 금융통화위원회(10일)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한국은행의 고민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2월 소비자물가가 예상보다 급등하면서 금리 인상 필요성이 커졌지만, 한편으론 고유가ㆍ고물가로 체감경기가 급랭하는 상황에서 공격적 금리인상이 단행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을 촉발시킬 수도 있다는 신중론 역시 함께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을 때까지만 해도 3월 금리 인상이 거의 확실시되던 분위기였으나, 최근 중동사태 악화로 인상 가능성은 '반반'으로 바뀌었다. 시중금리 역시 3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해 상승하는 추세였지만, 리비아 사태와 이로 인한 오일쇼크 가능성으로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살아나면서 하락했다.
때문에 2일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 범위(3.0±1.0%)를 크게 넘는 4.5%로 치솟은 소비자물가가 발표됐지만, 전문가들은 인상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엇갈린 견해를 내놨다.
주이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4%대 물가는 이미 예상했던 것이고 3월에도 안심할 수 없기 때문에 3월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중동사태로 인한 경기 불안으로 금리인상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2월에 동결한 만큼 3월에는 금리를 인상한 이후에 속도조절에 나서야 정책당국이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물가 안정효과는 미미한 반면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는 더 클 것으로 보여 한은이 적극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물가 급등이 주로 국제유가 상승 등 금리 인상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비용 상승에 기인한 것이므로, 금리를 올려 수요 압력을 억제하면 물가 안정이란 긍정적 효과보다 경기 둔화라는 역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통화당국 입장에서는 기대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 중요하니까 인상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리비아 사태가 얼마나 파장을 미칠지를 고려해 한 템포 쉬어갈지 바로 올릴지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면서 "어떤 쪽이 확실히 맞다고 하긴 어렵고 결국은 선택의 문제"라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도 "지금은 리비아 사태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현재로선 알기가 어렵다"면서 "금통위원들도 금통위 직전까지 확실하게 마음을 정하지 않은 채로 사태를 지켜볼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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