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을 둘러싼 한나라당 내 '낙동강 전투'가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다. 김해공항 확충론에 이어 당 지도부 일각에서 터져 나온 원점 재검토론이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상반기 중 정리' 발언에 휴전 상태였던 영남권 의원들은 지도부의 자제령에도 불구 조기결정론으로 맞불을 놓았다. '어디로 가야 하냐'는 문제를 놓고 티격태격하던 부산 대(對) 대구ㆍ경북ㆍ경남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어디로든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2일 최고ㆍ중진연석회의에서는 해당 지역에 지역구를 둔 중진들의 성토장이 됐다. 부산 가덕도를 미는 부산 의원들과 경남 밀양을 지지하는 대구 의원들이 적군에서 동지로 돌변한 모습도 연출됐다.
박종근 의원(4선ㆍ대구 달서갑)은 "대한민국 항공물량을 인천공항 하나에 집결시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남부공항은 절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올 상반기 중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안상수 대표는 "정부에서 합리적으로 결정되리라고 보기 때문에 이 문제로 지역갈등이 유발되는 일은 좀 없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의 제기는 이어졌다. 이해봉 당 전국위원회 의장(4선ㆍ대구 달서을)은 "정부가 타당성을 검토해 발표하면 그만인데 계속 연기를 하니 양 지역 주민들이 정부를 불신하고 있다"고 박 의원을 거들었다. 안 대표가 "정부에 빨리 결정하라고 하고 있다"고 언짢은 기색을 내비치자 친박계 서병수 최고위원(3선ㆍ부산 해운대기장갑)이 "빠른 시간 안에 결론을 내야 한다"고 가세했다.
이날 국회 교육ㆍ사회ㆍ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도 밀양과 가덕도를 대표하는 의원들이 맞붙었다. 먼저 김세연 의원(초선∙부산 금정)은 가덕도와 마찬가지로 바닷가에 위치한 인천공항을 거론하며 "신공항 선정 역시 인천공항과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이 직계 조해진 의원(초선∙경남 밀양ㆍ창녕)은 "동남권 1,300만명 중 1,000만 명 이상이 밀양을 요구하고 호남주민들도 지지하는데 후보지 경쟁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원점 재검토론엔 두 의원 모두 반발했다. 김 의원은 "인천공항 항공수요 분산이 절실한데도 신공항 전면 백지화 우려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도 "정치적 문제는 정치권이 책임질 테니 정부는 기초 상식도 없는 엉터리 '연기론'에 휘둘리지 말고 빠른 시일 내 입지 선정을 마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황식 총리가 내놓은 답은 "3월말 입지평가 결과를 토대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처리하겠다", "결코 의도를 가지고 평가기준을 왜곡하지 않겠다"는 원론적 수준이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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