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3ㆍ1절 기념식장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 제의한 여야 영수회담이 점점 더 꼬이고 있다. 손 대표가 이 대통령의 사과를 회담의 조건으로 제시하자 청와대가 발끈하고 나서면서 양측의 신경이 곤두섰다.
손 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에서 “영수회담에 대한 요구가 분명히 있는 것 같은데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면서도 예산안 강행처리 등에 대한 이 대통령의 사과 또는 재발 방지 약속을 사실상 조건으로 내세웠다. 그는 “여야간 대화를 소통의 기회를 한 번 가졌다는 정도로 생각해선 안 될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이번에 통 크게 국민에게 예산안 날치기와 민간인 사찰 등을 잘못했다고 사과 한 번 하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회담을 위한 교섭도 하기 전에 전제 조건부터 내세우는 것은 어이없다”고 반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손 대표의 태도는 지난달 무산된 영수회담 추진 과정을 답습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식이라면 회담의 전제조건을 두고 신경전만 벌이다 무산됐던 지난달 추진과정과 다를 바 없다는 인식이다.
민주당도 회담 성사를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회담제의로 해석되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전날 이 대통령이 손 대표와 악수하며 “한번 만나야죠”라고 언급한 장면에 대해 박지원 원내대표는 “아무리 대통령이지만 제1야당 대표에게 진정성 없이, 예의 없이 말하는 것은 최소한 금도가 아니다”라고 쏘아 붙였다. 손 대표의 한 측근도 “손 대표가 ‘예’라도 답한 것도 이 대통령의 인사치레에 대한 답례일 뿐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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