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연임 내정은 예견된 일이었다. 청와대 주변과 관련 업계에서는 일찌감치 연임설이 나돌았다. 최 위원장도 국회 등 공식석상에서는 말을 아꼈지만 비공개 기자간담회에선 "집사람은 그만 쉬자고 하지만 내가 MB를 (대통령) 만든 사람인데 안에 있든, 밖에 있든 쉬는 게 쉬는 거겠냐"고 말하는 등 강한 연임 의사를 내비쳐 왔다.
청와대의 최 위원장 연임 내정은 종합편성(종편)채널의 안착과 광고시장 확대 등 1기 방통위의 정책 기조를 끝까지 끌고 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방통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대통령 지명 2명, 여당 추천 1명, 야당 추천 2명 등 5명의 위원이 정책을 결정하는 합의제 기구지만 사실상 독임제 부처와 다를 바 없이 운영돼 왔다. 방통위가 '방송통제위원회'라는 비난 속에서도 참여정부 시절 임명된 KBS 사장 교체나 종편 선정 등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여3대 야2라는 구도 때문이다. 하지만 정권 실세인 최 위원장의 조직 장악력도 무시 못할 요소였다. 청와대로서는 정권 말기에, 더구나 종편 안착과 KBS 수신료, 미디어렙 등 해결이 쉽지 않은 현안들이 산적한 마당에 최시중 체제를 흔들 이유가 없는 셈이다. 최 위원장도 이날 오후 연임 내정 통보를 받은 직후 기자실에 들러 "힘든 일을 이어가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등 야당과 일부 시민 단체들의 반발이 거세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논평에서 "철저한 인사청문회를 통해 '방통대군'의 연임을 막고 언론의 독립성을 지켜 낼 것"이라며 "재산과 자질 검증도 제대로 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시민 단체들도 최 위원장 연임 저지 투쟁에 본격 돌입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달 25일 낸 성명에서 "최 위원장은 애초 정치적 독립성, 전문성, 도덕성 등 모든 면에서 방통위원의 자격이 없는 인물로 연임은커녕 탄핵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등도 4일부터 드라마 '드림하이' '짝패' 등 포스터를 패러디해 만든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나눠 주며 연임 저지 거리투쟁을 시작했다. 언개련 관계자는 "1기 인사청문회 때 어물쩍 넘어갔던 위장전입 땅투기 병역비리 의혹 등 도덕성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 및 1기 방통위에 대한 날선 비판은 주로 방송계에서 제기됐지만 통신 업계 평가도 좋지 않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종편 등에만 매달리느라 통신 정책은 제대로 펴지 못했고 IT산업 진흥도 옛 정보통신부 시절보다 후퇴했다"며 연임이 달갑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현 방통위법은 위원들 임기가 만료된 후에도 차기 위원이 선임되지 않을 경우 전 위원들이 업무를 계속한다는 경과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진통이 길어질 경우 1기 임기가 끝나는 25일 이후 방통위의 업무 공백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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