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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왕국들 "오일 머니 풀어도 민심 등돌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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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왕국들 "오일 머니 풀어도 민심 등돌리네"

입력
2011.03.0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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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바레인 등 아라비아반도의 석유 부국들이 좌불안석이다. 아랍권 반정부 시위 사태의 여파가 이들 왕정국가들에까지 미치자 '오일 머니'를 풀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지만 좀처럼 약발이 듣지 않고 있어서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는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총 400억리얄(약 11조원) 규모의 복지혜택 확충 방안을 발표했다. 사우디 정부는 주택 마련, 결혼, 창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국가개발기금을 편성했고, 공무원 급여도 15% 인상하는 등 각종 경기부양책을 내놨다.

그 동안 잠잠했던 오만에서도 지난달 27일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점화됐다. 오만 정부는 전날 개각을 단행하고 일자리 5만개 창출과 월 390달러(약 45만원)의 구직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위는 오히려 확산일로에 있다.

이미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7명이 희생된 바레인 정부 역시 평화적 시위 보장, 정치범을 포함한 대거 사면, 일부 장관 해임 등 유화책을 잇따라 발표했으나 왕정 교체를 요구하는 시위대의 기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왜 그럴까. 이들 국가는 오랫동안 왕정 체제를 유지하며 비교적 윤택한 생활을 누려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오만만 해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달러를 웃도는 강소국이다. 경제적 혜택 만으로는 정치ㆍ사회 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얘기다.

미 브루킹스연구소의 라지 드사이는 "과거 왕정 국가의 국민은 정치참여 권리를 포기하는 대신 권위주의 정권으로부터 충분한 복지혜택을 누려왔다"며 "반정부 시위는 그런 '계약'이 해체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겉으로 드러난 생활 수준은 양호하지만 이면에는 높은 실업률과 빈부격차, 권력 독점구조 등 갖은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왕정 국가들의 반정부 시위 규모는 리비아 등과 비교하면 아직 미미하다. 그럼에도 정부가 바짝 긴장하는 이유는 시위대가 왕정 전복을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 지난주 바레인 정부와 대규모 시위대가 정면 충돌했을 당시 걸프협력회의(GCC) 소속 국가들이 즉각 바레인 정부의 강경 진압을 옹호하는 성명을 낸 것도 왕정 체제의 균열을 우려한 탓이다.

아라비아반도의 전략적 효용성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바레인에는 미국의 5함대 기지가 있다. 걸프 지역의 정치적 불안정성이 가중될 경우 이란 등 적성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 정책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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