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3ㆍ1절 경축사를 통해 띄운 대북 메시지에는 다소 봄바람의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많은 나라들을 돕는 대한민국이 같은 민족인 북한을 돕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우리는 언제든, 열린 마음으로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한 대목이 바로 그렇다. 핵ㆍ미사일 포기와 무력도발에 대한 책임 있는 행동이 전제라는 점에서는 북측이 진정성을 보이면 대북지원에 적극 나선다는 기존 입장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을 직접 거론하지 않으면서 대화를 촉구한 것은 한 걸음 더 나간 접근이라고 할 만하다.
북측이 키리졸브 한미합동 군사연습을 빌미로 연일 '서울 불바다'와 '핵 참화' '심리전 원점 조준사격' 등의 위협을 가하고 있는 때여서 이 대통령의 유연한 메시지는 한층 도드라진다. 한미 군사훈련과 대북 전단 살포 등 대북 심리전 재개로 긴장이 급격히 고조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추가적인 긴장 악화를 막아야 한다는 판단의 결과라고 이해한다.
이 대통령의 유연한 접근을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중동민주화 바람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김정일 집단을 이 참에 몰아붙여 결정적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체제 장악력이나 중국의 지원 등 여러 상황을 감안할 때 단기간에 북한 내부의 정치적 격변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더 많다. 그렇다면 막연한 기대보다는 냉정하게 정세를 분석하고 남북긴장을 관리해 나가는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북측도 이 대통령의 대화 메시지를 잘못 읽어서는 안 된다. 추가적인 도발에 단호하게 응징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어제 서부전선 최전방부대를 순시하는 자리에서 북한이 도발할 경우 "쏠까요 말까요 묻지 말고 선조치하고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중동민주화로 확인된 세계사의 흐름은 명확하다. 장기독재나 주민을 억압하는 체제는 결국 국민으로부터 버림 받고 무너진다는 것이다. 북측은 이제 핵과 미사일을 버리고 이 대통령이 내민 손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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