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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2, 더 얇고 가볍고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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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2, 더 얇고 가볍고 빨라졌다

입력
2011.03.0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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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예르바부에나 예술센터에 나지막이 음악이 깔리기 시작했다. 비틀즈가 설립한 애플레코드에서 내놓은 그들의 '애비로드' 음반 수록곡 'Here Comes The Sun'이다.

여기 태양이 떠오른다는 의미 심장한 노래가 흐른 뒤 한 남자가 단상으로 걸어 나왔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였다. 순식간에 실내를 가득 메운 청중들이 환호성을 터뜨리며 기립 박수를 보냈다.

그야말로 '왕의 귀환'이었다. 무슨 병인 지, 언제 돌아올 지 이유도 밝히지 않고 병가를 떠난 지 한달 반 만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일부 외신에서는 이달 초 그의 수명이 앞으로 6주 남았다는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를 의식해서일까. 잡스는 이전보다 마르고 수척해 보이긴 했으나 여전히 목을 감싸는 터틀넥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단상에 올라 열정적으로 아이패드2를 소개했다. 삼성전자 모토로라 등 경쟁업체의 태블릿PC들을 모두 모방품으로 몰아붙이며 판매가 신통치 않았다는 등 특유의 독설도 변함이 없었다. 특히 잡스는 고의인지 몰랐는지 알 수 없으나, 일부 외신에서 전화통화를 통한 실적 발표회 때 삼성전자 임원이 영어로 "판매가 순조롭다"(quite smooth )고 한 말을 "조금 팔렸다"(quite small)로 잘못 전한 것을 그대로 인용했다.

'잡스 효과'는 강력했다. 그가 잠깐 모습을 보인 것만으로도 병가 이후 떨어진 애플의 주가를 다시 끌어 올렸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튜브 등 인터넷은 온통 아이패드2 이야기로 시끄러웠다. 국내 업체 CEO 중에서는 이석채 KT 회장이 애플의 초대를 받고 발표회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애플, 아이패드2 서둘러 발표한 이유는

이날 잡스가 깜짝 등장을 하면서까지 애플이 서둘러 아이패드2를 발표한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애플이 쫓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지난해 4월에 애플이 아이패드를 발표할 때만 해도 태블릿PC 시장은 애플의 독주였다.

이후 삼성전자가 갤럭시탭을 내놓으며 추격을 시작했고,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이동통신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는 온통 태블릿PC 일색이었다. 그것도 대부분 애플이 강력한 경쟁자로 꼽는 구글의 운용체제(OS) 허니콤을 탑재한 제품들이었다.

결정타는 모토로라가 날렸다. 모토로라는 지난달 25일에 미국 이동통신업체 버라이존을 통해 태블릿PC인 줌을 출시했다. 줌은 1월에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에서 최우수제품상을 받았다. 다음날 애플은 서둘러 미국 언론들에 아이패드 그림이 살짝 들어간 초청장을 배포했다. 아이패드2 발표회라고 표시하지 않았지만 충분히 암시를 준 초청장이었다. 모토로라는 지난달 28일에 일본에서도 이통업체 KDDI를 통해 줌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도 4월에 미국 AT&T를 통해 '갤럭시탭 10.1'을 내놓고 이달 말에 8.7인치 크기의 태블릿PC를 추가 공개할 계획이다. 애플로서는 갈 길이 바빠졌다.

아이패드2 무엇이 달라졌나

화면은 기존 아이패드와 동일한 9.7인치다. 달라진 것은 두께와 무게, 속도다. 두께는 8.8㎜, 무게는 589g으로 줄였고, 속도는 듀얼코어 중앙처리장치(CPU)를 사용해 높였다. 여기 쓰인 CPU는 애플이 따로 개발한 1㎓ A5 반도체다.

또 기존 아이패드에서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됐던 카메라의 부재를 해결했다. 제품 앞, 뒷면에 카메라가 추가돼 고정형 무선인터넷(와이파이)을 이용해 영상통화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 TV에 연결해 고화질(HD) 동영상을 볼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됐고, 기호에 따라 고를 수 있도록 검정색과 흰색 2가지로 나온다.

재미있는 것은 스마트 커버라는 액세서리다. 커버형태인 이 제품을 아이패드2에 부착하면 화면이 자동으로 꺼지고, 떼어내면 화면이 자동으로 켜진다. 스마트 커버는 별도 판매한다. 그리고 운용체제(OS)가 기존 iOS 4.2에서 iOS 4.3으로 갱신된다. 다음달에 2차 출시국이 발표되면서 한국 등이 포함되면 iOS가 추가로 갱신돼 한글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도 아이패드2 덕본다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 등 국내업체들도 아이패드2 덕을 볼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아이패드2용 저장장치로 쓰이는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공급한다.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하이닉스도 6개월 전부터 애플에 아이패드2용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공급하기 위해 인증작업을 진행하는 등 공을 들였다.

LG디스플레이는 아이패드2용 LCD 화면을, LG이노텍은 새로 추가된 카메라 모듈을 각각 애플에 공급한다. LG이노텍의 경우 아이폰4에 이어 아이패드2에도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면서 올해 6,800억원 이상의 매출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삼성전기도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아이폰에 이어 아이패드2에 공급한다. 따라서 아이패드2가 많이 팔리면 팔릴수록 국내 부품업체들의 매출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애플은 2014년까지 전세계에서 2억대 이상의 아이패드를 판매할 계획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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