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민 반발, 개인정보 노출 등을 이유로 4,000여곳에 이르는 전국 구제역 매몰지 위치에 대한 정보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네티즌들이 직접‘구제역 매몰지 지도’ 제작에 나섰다.
1일 오후 현재 인터넷 구글지도(http://bit.ly/gDgG1j)에는 매몰지 60여곳이 표시돼있다. ‘전국 구제역 매몰지 협업지도’라는 제목의 이 지도에는 첫 구제역 발생지인 경북 안동을 비롯해 경기 여주, 강원 횡성, 강원 춘천 등의 매몰지 위치가 리(里) 단위까지 표시돼있으며, 일부 매몰지에는 매몰 가축의 종류, 가축 매몰 일시, 매몰 가축 마릿수 등 상세한 정보도 공개돼있다.
이 지도는 백욱인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지난달 27일 트위터를 통해 제안하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구제역 매몰지 인근에 살고 있거나 매몰지의 위치정보를 아는 네티즌이 매몰지 주소를 보내면 지도에 매몰지를 가리키는 표지가 늘어난다. 네티즌들은 구제역 매몰지가 공개되지 않으면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온다며 매몰지 정보의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트위터에 ‘국민의 알 권리! 감추는 정부가 수상해’, ‘피해는 미리 막았어야’ 등의 글로 정부를 비판하고 지도제작을 독려하고 있다.
이에 앞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 행정안전부 등을 상대로 매몰지 정보공개 청구를 냈지만 행안부는 도 단위 정보만 공개했고, 농식품부는 구제역 신고현황만 공개했다. 환경부는 매몰지 정보는 농식품부 소관이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이 지도에서 매몰지 위치가 속속 알려질 경우 정보공개를 꺼리는 정부와 네티즌 사이의 마찰도 예상된다.
한편, 침출수 방지를 위해 묻은 비닐 천막에 의한 환경오염 가능성도 제기됐다. 환경운동연합과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이 입수한 경기 이천시의 ‘구제역 매몰지 작업계획’에 따르면 이천시의 매몰지 282곳 가운데 절반(53%) 이상인 150곳이 분해가 잘되지 않는 플라스틱 재질의 천막을 사용했다. 토양과 함께 분해되는 친환경성 차수막을 사용한 매몰지는 51곳(18%)에 그쳤다. 천막 혹은 차수막의 사용여부가 기록돼있지 않은 매몰지도 72곳(26%)이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구제역 발생초기에는 친환경성 차수막을 사용했으나 가축매몰량이 급증한 1월 16일 이후 비용 등의 문제로 플라스틱 재질의 천막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플라스틱재 천막은 분해되는데 100년 이상 걸리는 만큼 또다른 환경오염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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