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들 악화… 동반지수도 사실상 무력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추진해온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및 상생 정책이 오히려 뒷걸음질하고 있다. 정부가 공식 집계한 각종 동반성장지표가 지난 정부보다 못한 것으로 드러났고, 정부 산하 대책위원회는 상생의 핵심 정책 가운데 하나인 동반성장 지수 발표를 사실상 무력화 시켰다. 혹시나 했던 중소기업들은 "상생정책에 관한 한 흐지부지되고만 지난 정부보다도 더 못하다"는 반응들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8일 낸 '2010년도 하도급 거래 서면 실태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하반기 하도급 거래를 한 3,580개 업체 중 47.0%에 해당하는 1,682개가 하도급 관련 법을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 43.9%보다 오히려 3.1% 포인트나 높은 것. 하도급거래 질서를 위해 꼭 필요한 서면 계약 비율 역시 78.3%로 2007년 80.8%보다 나빠졌다. 대금 지급 실태 역시 2009년의 현금성 결제(현금, 기업구매카드, 구매자금대출 등) 비율은 92.9%로 2007년의 95.3%보다 훨씬 나빠진 반면 어음결제비율은 2007년 4.6%보다 늘어난 5.5%였다.
이 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공정위 측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건설업, 제조업 분야가 어려워 지면서 하도급 관련 수치도 나빠졌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상생에 관한 한 '정부는 말뿐'이었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지난해 이대통령이 직접 나서 정부 여당과 함께 '동반성장'을 가장 중요한 이슈로 꺼내 들고 9.29대책이라는 종합정책을 내놨으나 현장에서는 전혀 먹혀 들지 않고 있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크게 기대할 게 없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지식경제부 중소기업청 등 관련 부처가 극히 미온적이며, 정부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마저 제대로 된 활동을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대기업의 상생실적을 점수화 해 평가하겠다던 동반성장지수를 유명무실화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 위원회는 발표시기를 '2011년 초→2011년 하반기→2012년 초'로 계속 늦추고 있는데, 내년 2월이면 총선국면으로 사실상 유야무야 될 것이란 지적이다. 정운찬 위원장은 취지는 충분히 이해되나 실현성이 없는 '이익공유제'를 꺼내 들어 김황식 총리나 여권의 '좌파 논리'라는 이념논쟁만 불러 일으켰다.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총선, 대선이 있는 내년이 되면 동반성장 이슈는 정치권의 뒷전으로 밀릴 것이 뻔한데 이렇게 반년이상 지나도록 말만 있고 실질적인 대책에는 한 발짝도 앞으로 못 나가고 있으니 이 정부 역시 말로만 그치지 않겠느냐"며 "경제대통령이 내세운 주요 정책을 관련 부처와 기구들이 무력화시키는 현실이어서 상실감이 더 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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